[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신세계건설(034300)이 '무차입 경영' 기조를 깨고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유 현금이 적어 향후 유동성 위기 대응력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세계건설이 미분양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지은 건축물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스타필드 고양. (사진=신세계건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2월22일 500억원을 금융기관을 통해 차입했다. 이어 지난달 18일에는 3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면서 신세계건설의 단기차입금 합계는 총 157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번에 조달한 800억원 모두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게 신세계건설 측의 입장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세계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67억원이다. 지난해 말 707억원에서 19.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단기금융상품은 87억원에서 101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유한 현금은 적은데, 최근 건설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대비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그동안 유지해온 신세계건설의 '무차입 경영 기조'가 사실상 무너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순차입금 규모는 –230억원이었다. 총 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800억원을 조달하면서 총 순차입금 규모가 현금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건설이 최근 마지막으로 단기차입금을 끌어들인 것은 지난 2017년 10월(700억원 규모)이다.
차입금이 불어남에 따라 신세계건설의 재무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의 규모만 8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신세계건설은 금융사와 700억원 규모의 '한도 약정'을 맺은 상태다. 여러 경영 환경 등을 감안할 때 급하게 단기 자금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255.9%로 지난 2019년 말 293.6%까지 치솟은 이후 매년 꾸준히 감소하며 안정을 찾아가는 추세였다. 그러나 차입금이 늘어남에 따라 부채비율 또한 재차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의존도 또한 5.5%로 안정적인 수준을 갖췄었지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21년 말 27.9까지 올랐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7까지 내려앉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타격을 받아 영업이익이 많이 감소한 영향이다.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전년 동기(110억원) 대비 40.3% 줄어들었다. 누적으로 보면 감소 폭은 더 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3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358억원)보다 61.9% 감소했다.
신세계건설의 수익성 악화는 미분양 위험이 다른 지역 대비 큰 소위 '위험지역'에서 대다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대구, 경주, 대전, 세종, 인천, 포항, 울산 등을 위험지역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한기평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해당 지역에 총 7359세대를 공급해 58.1%의 분양률을 기록했다. 도급액은 8946억원 규모이며 금액 기준 분양률은 65.6%다. 특히 신세계건설의 도급공사 중 46.1%가 해당 위험지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이 쌓여있는 대구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많다는 점이 우려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 수는 1만3445호로 수도권 전체 미분양 주택 수(1만1035호)보다도 많다.
신세계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대구 사업지는 총 8곳으로 이미 '신세계 빌리브 루센트', '빌리브 라디체' 등이 미분양인 상황이다. 신세계 빌리브 루센트는 지난해 8월 232세대 분양에 나섰으나, 아직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전월 대비 미분양 물량이 14.9% 증가하는 등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언제쯤 분양을 마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쌓인 미분양 물량과 증가 속도를 봤을 때 대구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계획해 놨던 분양사업이 연기될 가능성이 굉장히 커졌기 때문에, 보유한 사업지가 대출을 통해 매입한 것일 경우 금융비용 부담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건설은 레저부문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신세계건설은 오는 2026년까지 8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자유CC 골프코스를 기존 18홀에서 9홀 더 늘리기로 했다. 자금은 신규 회원권 분양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사 입장에서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레저부문의 매출액은 52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수익이 건설부문에서 나오고 있음에 따라, 투자금액 대비 기대되는 수익성은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외부 차입을 진행한 것은 금융시장 경색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