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테슬라가 연일 가격을 낮추며 전기차 치킨게임 우려를 높이는 가운데 배터리 생산시설까지 확대하며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테슬라를 뛰어넘은 전기차 회사 BYD(비야디)와 같이 전기차용 배터리까지 진출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영업전략으로 읽힌다.
테슬라 모델3.(사진=테슬라)
25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일(현지 시각) 테슬라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형 리튬이온 배터리인 4680배터리를 연간 200만대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만들기 위해 36억달러(약 4조4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완성차업계와 함께 배터리업계에도 위협이 될 전망이다. 테슬라가 본격적인 배터리 양산에 나설 경우 업계는 판매량 위축이 예상된다. 테슬라는 최근 세계 각국에서 가격을 낮추며 전기차 치킨게임 논란으로 완성차업계에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모델3 스탠더드를 4만6990달러에서 4만3990달러로, 모델Y 롱레인지를 6만5990달러에서 5만2990달러로 내렸다. 전 차종 가격이 10~20%까지 낮아졌다.
앞서 테슬라는 판매량에 따른 보조금 지급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었으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로 세제혜택 적용이 가능해졌다. 미국에서 완성차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IRA 세제혜택인 7500달러를 제외하면 테슬라 모델3 스탠더드는 3만6490달러(약 4499만원)다. IRA에서 배제된 아이오닉5 가격이 여전히 4만1450달러(약 5111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테슬라가 5000달러 가까이 저렴해지는 셈이다.
테슬라가 이러한 정책을 펼 수 있는 이유는 높은 영업이익률 덕분이다.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7.2%로 가격을 낮춰도 판매량이 늘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것이 자동차업계 중론이다. 전기차만 파는 테슬라와 달리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내연기관차에서 95%가량 영업이익을 내고 전기차는 적자만 면하는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기기 힘들어 가격 인하 전략이 쉽지 않다. 테슬라가 치킨게임으로 전기차 시장을 평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에서는 전기차용 배터리까지 대량 양산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우리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이 관련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중국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은 나타났다. 중국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지배지분 순이익은 93억 위안(약 1조7000억원)으로 연간 실적 컨센서스의 89%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비야디가 지난해 유럽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향후 매출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아직
현대차(005380) 등 국내 완성차업계는 테슬라의 가격 인하에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현대차의 경우 최근 발표한 ‘디 올 뉴 코나’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빈축을 사고 있다. 디 올 뉴 코나는 가솔린 1.6터보가 2537만원이며 하이브리드 모델 인스퍼레이션은 3611만원이다. 2021년형 뉴 코나가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0 스마트 1962만원으로 시작해 고급형인 1.6 가솔린 터보 N라인이 3000만원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가운데 마진이 많이 남는 고급차 중심으로 생산을 진행해 영업이익을 극대화한 바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금리가 높아져 소비자의 자동차 구입 문턱이 높아진 현재는 이 같은 영업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가격을 내린 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코로나19발 공급 문제로 진행된 카플레이션도 끝난 만큼 가격을 무조건적으로 올리는 것도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