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현대자동차(
현대차(005380))가 최근 중국 내 임원을 전기차 관련 인사로 대거 교체하며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내연기관차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만큼 전기차 브랜드 강화를 위해서는 향후 4~5년간이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베이징자동차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 상무급 임원을 교체했다. 신규 임원으로는 오형석 준중형EV총괄PM장이 중국기술연구소장과 중국선행디지털연구소장직에 임명됐고, 이동현 클로저설계1팀장은 중국기술연구소차량설계실장, 강기원 중국총괄PM장은 중국상용기술연구소장에 이름을 올렸다.
신규 선임된 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전기차 기술력과 관련된 인물들이다. 이번 임원인사가 현대차의 중국 내 전기차 사업 추진 의지로 읽히는 이유다. 이는 베이징현대의 애매한 가격과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상품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베이징현대에서 판매하는 산타페.(사진=베이징현대 홈페이지 캡처)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 현지 자동차에 비해 20~30%가량 가격이 비싸다. 전기차로 재편되는 중국 시장에서 이렇다 할 모델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범 당시 '기술력에 비해 저렴한 자동차'라는 인식이 사라졌다. 여기에 최근 테슬라가 중국에서 연일 판매가를 낮춰 가격 이점도 줄어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중국에서 베이징현대의 입지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 등에 따르면 베이징현대의 연간 판매량(도매 기준)은 2016년 114만2016대에서 2022년 27만3000대로 4배 이상 축소됐다. 매출도 2016년 20조1287억원으로 고점을 찍고 하향세다. 2021년에는 35만3000대를 판매해 6조24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30만대를 채 팔지 못해 매출액이 6조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축소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최근에는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2020년 62억8000만 위안(약 1조4400억원), 2021년은 50억 위안(약 9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년간 손실액만 2조원을 넘는다. 2002년 출범한 베이징현대는 2016년까지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시작된 한한령 영향으로 매출이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판매 임원을 교체하고 2019년에는 1공장을 폐쇄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판매량은 계속 줄었다. 고육지책으로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현대차를 조달해 파는 방법도 취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지속적인 판매량 증가를 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해 베이징현대의 중국 내 점유율은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점유율을 다시 높이기 위해서는 전기차 브랜드 경쟁력 강화 밖에 답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전기차 기술을 갖춘 임원으로 교체한 것도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베이징현대가 내연기관차로 시작한 만큼 전기차 브랜드를 인지시키기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 기간인 4~5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베이징현대 과제는 이 기간 동안 살아남는 것이다. 베이징현대는 심각한 경영난에 맞닥뜨렸다. 이미 지난해 자금 운영과 전기차 사업 지원을 위해 9억4200만 달러(당시 약 1조1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했으며, 절반에 해당하는 6000억원 가량을 현대차가 부담했다. 매출 증가가 요원한 가운데 향후 손실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향후 중국시장 맞춤 상품 개발에 집중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전에 판매 마케팅 전문 임원으로 중국만의 색깔을 냈는데 이것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됐다”라며 “지금은 중국 내 시설에 효율화를 꾀하면서 아이오닉5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제품에 중국만의 색깔을 입히는 전략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겸임교수도 “중국인들은 차체가 크고 첨단 기능을 가미한 모험적인 것 좋아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중국시장 전용 모델을 만들고 있다”라며 “(현대차도) 아이오닉5의 중국 버전을 고민하며 제품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