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효성화학(298000)이 회사채 흥행참패 오명을 쓴 가운데 향후 자금 조달 방법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투자(IB)업계 일각에서는 효성화학이 당분간 회사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모회사 지원이나 은행 대출 등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산에 위치한 효성 용연공장 야경.(사진=효성화학)
19일 IB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A/부정적)은 지난 17일 진행한 12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됐다. 미매각된 물량은 인수 약정에 따라 주관사들이 인수하게 돼 이번 조달금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향후 조달에서는 공모사채 이외에 은행 대출 등 다른 조달창구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매각 발생에 따라 효성화학 회사채 발행 주관사인 KDB산업은행·KB증권·한국투자증권은 각각 700억원, 300억원, 200억원 등의 회사채를 인수하게 됐다. 주관사들의 갑작스러운 대단위 자금 투입을 본 타 금융사들도 향후 효성화학 회사채 발행 참여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효성화학 회사채 미매각은 여러 요인이 겹쳐졌다는 분석이다. 당일 LG화학(AA+/안정적)이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다음날이 18일에도 SK가스(AA-/안정적), 신세계푸드(A+/안정적), 하나에프앤아이(A/안정적) 등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신용등급이 높아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효성화학이 소외됐을 것이란 평가다.
IB업계에서는 이미 효성화학 수요예측을 앞두고 흥행참패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5분기 연속 실적 적자가 예상됐고, 베트남 투자비가 과도해 재무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회사는 2022년 9월말 기준 부채비율 1395.1%에 차임금의존도 80.9% 등으로 차입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베트남 프로젝트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소요와 수익성 저하 영향으로 순차입금도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의식한 효성화학도 회사채 금리를 신평사 제시금리인 5.2~5.3%보다 약 1%포인트 가량 높은 6%로 제시했으나 재무구조가 크게 저하돼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자 당분간 효성화학의 회사채 시장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추가발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조달 방법은 유상증자와 은행 대출 등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대기업에 대한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대출심사 완화 기조다. 효성화학은 장부가액 기준 2조4000억원을 보유 중으로 이를 담보로 활용해 자금을 융통할 가능성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효성그룹 전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효성화학 개별 기업의 문제”라며 “(석유화학이) 부침이 있는 산업인 점을 그룹이 인식하고 있는 만큼 조달 방법을 고민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부터 효성화학 주식을 꾸준히 매집 중이다. 이달 16일에도 1600주를 추가로 사들여 현재 효성화학 주식 비율이 7.43%에 이른다. 이로서 조 명예회장은 효성(20.17%)과 조현준 회장(8.76%)에 이어 3대주주가 됐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