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증시 침체로 인해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올해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연기됐던 딜들이 올해 진행되면서 단순 건수는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공모금액 규모 자체는 호황 시기였던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건은 올해 출격을 준비하고 있는 11번가, LG CNS, 케이뱅크, SSG닷컴, CJ올리브영 등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대어급의 흥행 여부다.
당분간 금리상승기…투자심리 위축 지속 전망
2022년 12월29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모습.(사진=연합뉴스)
고물가 지속으로 미국 등 세계 주요 국책 은행 들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 증시가 침체에 빠졌고 덩달아 공모시장도 급격하게 위축됐다. 특히 지난해 13개의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IPO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투자심리는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올해 4분기에나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으로 고금리 이슈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부정적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작년 상장 기업(73개) 중 공모가가 희망밴드의 하단 이하였던 기업은 전체의 41.1%(30개)였으며 미달을 기록한 기업도 30.1%(22개)에 달했다.
이와 관련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공모규모를 5조2000억~7조3000억원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공모규모 16조101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밀어내기 공모?…상장 기업 수는 예년 수준
증시와 투자심리 등 외부 환경은 부정적이지만 올해 상장 종목 수는 62~74개로 작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대 규모의 상장 연기·철회가 발생한 만큼 올해 밀어내기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규정 상 상장 예심심사를 받은 후 6개월 내에 공모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예비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또한 ‘135일 룰’도 존재한다. 해외 기관투자자들 모집을 위해서는 해외 투자 설명서에 포함되는 재무제표를 작성한 시점으로부터 135일 내 상장 절차를 마쳐야 한다.
지난해 8월 이후부터 12월까지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20개이다. 이 중 골프존커머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자람테크놀로지, 바이오인프라 등 공모를 철회한 기업의 경우도 예비심사 승인 이후 6개월까지 다시 상장에 나설 수 있다. 작년 9월16일 예비심사에 통과한 제이오의 경우 같은 해 11월 공모철회를 한 후 다시 상장에 도전한 상태다.
작년 8월22일 예비심사를 받은 마켓컬리와 골프존카운티는 다음달 22일까지, 9월20일에 승인 받은 케이뱅크는 오는 3월 말까지 공모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예비심사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이 같은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예비심사 승인 후 6개월 이내에 상장절차를 다시 진행한 가능성이 있다.
스팩·코넥스 상장 대안 될까
작년 12월28일 열린 아이오바이오 코넥스 상장 기념식.(사진=연합뉴스)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방식은 스팩(SPAC)은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증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IPO 시장이 침체일 때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았다. 실제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스팩은 모두 45개로 전년 대비 87.5% 증가했다.
그럼에도 스팩 역시 한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유안타제11호스팩, 미래에셋비전스팩2호, 유안타제12호스팩 등이 작년 4분기 상장을 철회했으며 일반 청약을 실시했던 NH스팩27호와 IBKS스팩21호의 경우 각각 0.58대 1, 0.95대 1로 청약 미달 사태를 보였다. 또한 스튜디오삼익의 경우 주주들의 반발로
IBKS제13호스팩(351340)과의 합병이 부결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스팩 상황은 좋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증시에서 작년 12월 70개의 스팩이 청산됐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그 이전까지 역사상 시장에서 청산된 스팩의 전체 개수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정 자문인 수수료 지원 등 활성화 방안과 코스닥 이전 상장 요건 완화 등에 힘입어 코넥스 상장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개의 기업이 상장하며 전년(7개)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넥스는 코스닥 상장 이전 단계로 투자자의 접근성과 자금조달 규모가 코스닥에 비해 작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IPO 시장이 나빠지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상장이 용이한 코넥스로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우수한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경우 질적 심사요건 중 하나인 기업계속성과 경영안정성이 면제되는 ‘신속 이전상장 특례’가 적용된다”라며 “코넥스가 중소·중견기업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