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 달 간 1조7278억원 조달…친환경 사업 전환 속도전영업활동현금흐름 등 실적 양호…고금리 자금 조달 납득 어려워최근 3년간 배당금 1조7706억원…지주사 SK 재무 부담 여파 평가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최근 투자를 위해 수조원의 자금조달에 나선 SK E&S가 올해도 대주주를 위해 당기순이익을 뛰어넘는 거액의 배당 잔치를 벌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당금 대부분은 지분 90% 보유한 지주사 SK로 흘러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배당금만 줄여도 여유 자금을 돌릴 수 있어 자금 조달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영위해오던 SK E&S가 이달 친환경 사업전환을 이유로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시로버츠(KKR)를 통해 7350억원, 국책금융기관을 통해 3600억원 규모 사업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8일에는 자회사인 부산도시가스 사옥 부지를 큐브리얼티인베스트·
대우건설(047040) 등 컨소시엄에 6328억원에 매각하기로 확정했다. 12월 한달에만 총 1조7278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추형욱 SK E&S 대표이사가 2021년 9월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1 SK E&S 미디어데이’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SK E&S)
KKR에서 조달한 자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내년 1월과 10월에 9.5% 금리로 각각 3675억원씩 조달받을 예정이다. SK E&S는 이미 지난해 11월 KKR로부터 같은 방법으로 2조4000억원(금리 7.5%)을 수혈받은 바 있어 이번 조달까지 합하면 총액이 3조1350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이달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도 수소산업 지원을 명목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약정 체결을 통해 3600억원을 조달 받았다. 지난해 3월에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과 ‘해외 M&A·투자 공동지원 협의체’를 꾸려 3억달러(약 3829억원) 규모 그린론 계약을 체결했다. KKR건과 합하면 2년 새 굵직한 자금 조달만 4조5000억원에 이른다.
IB업계에서는 SK E&S가 투자금 마련에 집중하는 이유로 친환경 관련 사업전환을 지목한다. 지난해 3월
SK(034730)그룹은 2025년까지 약 18조원을 집중 투자해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 계획을 공개하며 주축 계열사로 SK E&S를 낙점한 바 있다.
SK E&S는 친환경 사업전환을 위한 총 투자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그룹의 투자 발표 이후 수소 선도기업인 플러그파워 지분 10%(약 8000억원) 인수를 비롯해 부생수소 액화설비 건설(4000억~5000억원), 호주 바로사-칼디따 해상가스전 개발사업(약 1조7900억원), 다윈 LNG500 프로젝트 지분 취득(약 3800억원) 계획 등을 잇따라 밝혔다. 발표된 투자 금액만 3조8000억원 규모이며, SK E&S는 이외에도 다수의 해외사업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투자금 마련을 위해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는 SK E&S가 배당금에도 뭉텅이 돈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SK E&S는 2019년 7300억원, 2020년 6548억원, 2021년 385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동기간 배당성향도 118.8%, 85.1%, 112.1%로 높은 수준이다. 배당금 대부분은 SK E&S 지분 90%를 소유한 지주사 SK에 지급됐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최근 SK E&S 실적 추이를 볼 때 돈을 빌리지 않아도 투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8725억원을 기록했다. 3436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배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올해 3분기 기준 1조8725억원 현금 유입을 기록해 6265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 때문에 시설투자나 지분매입 등에 사용되는 투자활동현금흐름(1조7227억원)보다 1000억원가량 여유가 있다. 특히 직접적인 투자금인 유형자산 취득액이 957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충분히 투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가격이 오르며 전력구매비용이 KWh당 지난해 121.7원에서 232.8원으로 2배가량 늘어난 덕분에 SK E&S는 그야말로 현금부자가 됐다.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2조5911억원(별도기준 424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1조8381억원보다 7530억원 증가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 E&S가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린다. 최근 SK E&S가 빌린 자금은 정책자금을 제외하고 금리가 9.5% 수준이다. 기업이 투자를 진행할 경우 내부의 현금성자산을 이용하거나 이를 차입해 저리로 자금을 융통하는 방법이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IB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SK E&S 최대주주인 SK의 영향으로 분석한다. 최근 동남아투자 지분 정리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재무적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투자형 지주사로 계열사의 부족한 투자 재원을 메꿔왔으나, 사업전환이 그룹 전반적으로 진행돼 재무부담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SK의 9월말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121조8325억원이며 부채비율은 157.4%다. 총차입금도 78조3000억원 규모에 순차입금의존도가 27.3%로 위험수준인 30%에 육박했다.
SK의 현금곳간으로 불리는 SK E&S는 이미 지난해 고배당 정책으로 재무 위험을 경험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대규모 투자와 고배당 정책에 따른 자금조달을 우려하며 SK E&S 장기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SK E&S 2021년도 사업보고서 중 주요배당지표.(사진=전자공시)
지주사인 SK입장에서 기댈 곳이 SK E&S 밖에 없다는 것도 고배당 유지 지속이 예상되는 이유다. SK의 비상장계열사 중 SK스페셜티(구 SK머티리얼즈, 49.1%), SK실트론(51%), SK에코플랜트(44.48%) 등도 있지만 SK 지분율이 90%를 넘는 회사는 SK E&S가 유일하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시 보유 현금성자산이 투자금보다 많은 경우 현금성자산을 사용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이를 담보로 제공해 차입함으로써 금리를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를 이용하지 않고 고금리 자금조달을 택한다면 현금성자산을 사용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거나, 다른 담보로 제공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평가했다.
SK E&S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금성자산이 본사(개별) 기준으로는 4000억원에 불과하다”라며 “(조달자금은) 성장재원으로 활용할 것일 뿐 배당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