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태광산업(003240)이 이호진 전 회장 소유의 흥국생명보험(흥국생명) 백기사를 포기하며 향후 적극적인 투자를 선언해 관심이 쏠린다. 회사는 9월말 기준 유동자산만 2조원대로 부채비율도 22.6%에 불과해 바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IB)업계 중론이다.
앞서 태광산업은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는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다 주주 등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이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의 최대주주지만,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은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태광산업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발생했다.
태광산업의 울산 화섬공장 전경.(사진=태광산업)
16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최근 흥국생명 유상증자 불참을 선언하면서 “상장사로서 기존사업 혁신 및 신사업 개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했던 태광산업이 '투자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실제 태광산업은 현금, 토지 등 자산이 많아 ‘자산주’로 불리나 투자가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광산업의 투자가능성이 불붙자 1주당 가격(종가 기준)도 14일 72만9000원에서 15일 74만8000원으로 하루새 1만9000원 올랐다. 투자에 거는 주주 기대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태광산업의 이 같은 결정은 지분 5.8%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을 비롯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가 대주주를 위해 소액주주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화학섬유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이 향후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릴 곳은 첨단소재인 아라미드로 예상한다. 태광산업은 화학섬유 전문업체로 아크릴, 폴리에스테르, 나이론, 스판덱스, 아라미드 등을 생산하는데 이중 가장 고부가가치 사업이 아라미드다.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는 전기차 타이어, 5G 통신용 광케이블 보강재, 방탄복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내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지만 위의 세 가지는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태광산업이 지난 10년간 진행한 단 두건의 투자인 △2021년 LG화학 합작법인인 티엘케미칼 지분 투자(60%, 728억원) △2022년 울산 화섬공장 아라미드 증설 작업(1450억원) 중 금액이 큰 건도 아라미드 사업이다. 태광산업을 비롯한 국내 아라미드 제조 3사는 시장확대에 맞춰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인더) 7500톤(~2023년) △효성첨단소재 3700톤(~2021년) △태광산업 1500톤(~2025년) 등으로 생산설비를 늘렸거나, 늘릴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각 정부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5G 구축이고, 에너지 변환 시대 전기차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안보 위기에 방탄복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보수적인 투자전략으로 유명한 태광마저 투자에 나선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태광산업의 투자여력도 충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9월 기준 유동자산은 2조2040억원이다. 이중 현금및현금성자산이 6251억원이다. 단기금융상품은 583억원, 기타유동자산을 425억원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채권도 4711억원가량 쌓아두고 있다. 담보로 사용 가능한 비유동자산도 △장기대여금및기타채권 272억원 △유형자산 5346억원 △투자부동산 2238억원 등 상당하다.
재무건전성도 우수하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9월 기준 태광산업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조2732억원이다. 이는 회사 빚을 모두 갚고도 1조2000억원 상당 돈이 남는다는 뜻이다. 부채비율도 22.6%에 불과해 사실상 무차입 경영상태다.
경쟁사인 코오롱인더와 효성첨단소재에 비해 태광산업은 투자 여력이 남아있다는 평가다. 나신평에 따르면 코오롱인더는 9월말 기준 총차입금 2조3962억원에 부채비율 124.3%이다. 효성첨단소재는 각각 1조7627억원과 291.2%를 기록했다.
트러스톤은 지난 15일 장 마감 이후 태광산업의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 공시했다. 트러스톤이 감시자 역할을 자처하며 태광산업의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지켜본다는 방침인 만큼 조만간 사측의 입장발표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태광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향후 투자와 관련해 아직 구체화 된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