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올해 인수 1건도 못한 M&A 전문가 부사장 임명
사업 방향 설정 1년반…구체적 계획 안 나와
지난해 1건 이후 인수합병도 멈춘 상태
공개 2022-12-09 09: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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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이 2023년 그룹 정기 인사에서 조현범 회장의 ‘외부영입 1호’ 인사인 서정호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인사에 의문이 제기됐다. 2020년말 한국앤컴퍼니 그룹에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합류한 서 전무는 영입 후 지난해 단 한 건의 M&A 실적만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한국타이어)를 사업회사로 둔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8일 2023년 1월 1일자로 시행되는 그룹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서는 1명의 부사장과 2명의 상무가 승진한다.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에서는 부사장 1명, 전무 4명, 상무 6명, 상무보 9명의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2023년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서정호 한국앤컴퍼니 전무.(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한국앤컴퍼니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서 전무다.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미시간대학교 MBA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코닝정밀소재 기업그룹장과 두산의 기술·전략부문장, 두산솔루스 운영총괄(COO) 등을 맡으며 기획과 M&A 등에 특화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앤컴퍼니도 서 전무를 영입하며 전략기획, 신사업 개발, M&A 등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 전무는 한국앤컴퍼니그룹 80주년을 기념하며 지난해 5월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S.T.R.E.A.M(스트림)’으로 구상해 발표했다. ‘S.T.R.E.A.M’은 그룹의 향후 방향성을 △친환경 배터리 및 신재생 에너지(Smart Energy) △타이어 및 관련 핵심 산업(Tire & Core biz) △미래 신기술 활용 사업 다각화(Rising Tech) △전동·전장화 부품, 기술, 솔루션(Electrification) △로봇, 물류 등 자동화 및 효율화(Automation) △모빌리티 산업 전반(Mobility) 등에서 찾겠다는 포부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 서 전무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소재 초소형정밀전자기계(MEMS) 업체인 프라이슬리 지분 인수건을 진두지휘하며 신사업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MEMS는 자율주행을 비롯해 5G 통신, 의료용 3D 이미징 장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그룹은 57.2%의 프라이슬리 지분을 한국앤컴퍼니가 34.3%(1238억원), 자회사 한국타이어가 22.9%(825억원)에 인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후 M&A는 없는 상태다. 
 
M&A 유무가 서 전무 인사에 주요한 이슈인 것은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지난해 향후 방향성을 밝히며 ‘인오가닉 성장’을 강화한 측면도 있다. 인오가닉(Inorganic)은 기업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을 개척하는 성장 방법이다. M&A가 없다면 사실상 서 전무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앤컴퍼니는 심지어 지난해 사업방향을 정하고도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서 전무가 말한 ‘친환경 배터리 및 신재생 에너지’는 범위가 너무 넓어 두루뭉술하다. 2차전지 배터리만 하더라도 양극재, 음극재, 완성 배터리를 비롯해 원자재 등 세부 분야가 다양하다. 수십년에 걸쳐 준비한 LG화학(051910)이나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로 음극재 막인 동박 사업에 집중해 뛰어드는 롯데케미칼(011170)과 사업 방향성이 질적으로 다르다. 
 
<IB토마토>가 첨단산업분야로 인오가닉 성장의 방향성을 묻자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이 있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신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모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경영지표보다) 오너와 친한 사람을 승진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조현범 회장은 보스턴대학 경영학과 출신으로 서 전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오너의 편애와 신사업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인수합병은 좋은 기업 나올 때까지 현금유보를 하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서정호 부사장은 미래전략실장을 맡아 그룹의 성장을 리드하고 첨단 기술 기반의 혁신을 토대로 미래 전략 수립은 물론 신사업 기획, 해외사업 개발 및 M&A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며 “이번 승진을 통해 그룹의 메인 비즈니스인 타이어와의 시너지를 비롯해 첨단 산업분야로 인오가닉 성장을 이끌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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