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에스넷(038680)이 그룹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선다. 올해 들어 저조한 현금창출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채권자들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등으로 현금 곳간이 비어가자 임직원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습이다. 에스넷은 CB를 발행해 5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넷은 지난 28일 50억원 규모의 제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 발행을 결정했다. 전환가액은 5264원이며 전환에 따라 주식총수 대비 5.61%에 해당하는 94만9848주가 새로 발행될 수 있다. 전환청구기간은 오는 2023년 11월30일부터 2025년 10월30일까지다.
투자자가 모두 임직원들로 구성돼 주목된다. 이번 CB 투자에는 최대주주인 박효대 회장(5억원)과 원종윤 부회장(4억원)을 비롯해 유홍준 에스넷시스템 대표(3억원), 장영 아이넷뱅크 대표(3억원), 이인영 인성디지탈 대표(2억5000만원) 등 39명이 참여했다. 회사 측은 투자자 선정 경위에 대해 “투자자의 의향과 납입 능력, 시기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에스넷 2회차 CB 투자자.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에스넷이 임직원에게 손을 벌려가며 CB를 발행하는 것은 유동성 확보 목적이 크다. 또한 그룹사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이 직접 채권 매입에 나섰다는 점에서 자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CB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50억원은 전부 운영자금으로 쏟아부을 계획이다.
에스넷은 올해 6월 기준 15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300억원 수준의 현금을 유지해왔으나,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328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며 절반 정도로 줄었다. 154억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통해 대응했지만,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 유동성장기차입금 상환을 위해 70억원을 소진했다.
이후로도 현금 소진은 계속되고 있다. 에스넷은 이달 21일 1회차 CB 투자자가 15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CB는 지난 2020년 11월 에스넷이 2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제로(0)금리로 발행한 채권이다. 주가 하락과 함께 2년간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잇따르며 최저 조정한도에 도달했다. 아직 180억원의 미상환 잔액이 남아있어 추가 자금 유출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에스넷은 1회차 CB의 풋옵션 행사기간을 대비해 올해 단기차입금을 늘리거나 단기금융상품의 처분하는 등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재무안정성 마저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에스넷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232.1%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76.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총자본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순차입금의존도는 3.9%에서 18.2%로 5배 가까이 치솟았다.
재무안정성 악화에는 적자경영도 영향을 미쳤다. 에스넷은 2020년까지 40억~9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발생시키며 흑자경영을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12억원을 나타내며 적자전환했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도 누적 –6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에스넷 측은 단순히 운영자금 확충 차원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이뤄진 단기차입 등은 1회차 CB 풋옵션 대비와는 관계가 없다”라며 “장비 수급이나 진행 중인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자금을 조달했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