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미래에셋증권(006800)이 글로벌 증시 불황에도 해외법인을 통해 3분기까지 1000억원이 넘는 세전순이익을 거두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사업 관련 조직을 신설하면서 해외사업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금융당국도 제도개편 등을 통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해외사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14개 증권사가 67개의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법인이 54개, 현지사무소는 13개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14개(현지법인 11개, 현지사무소 3개)로 가장 많은 해외점포를 두고 있다. 그 뒤를 한국투자증권(10개),
NH투자증권(005940)(8개), 신한투자증권(7개), KB증권(6개) 등이 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사진=미래에셋증권)
점포 수뿐만 아니라 성과도 뛰어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의 연간 세전순이익은 2018년 845억원에서 2019년 1709억원, 2020년 201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에도 2432억원의 세전순이익을 기록하면서 2년 연속 2000억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세전순이익은 1227억원이다. 금리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황으로 지난해보다는 감소했지만
교보증권(030610)(1773억원),
현대차증권(001500)(1135억원), 하이투자증권(1031억원) 등 웬만한 중소형증권사의 3분기 누적 세전순이익에 버금가는 규모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640억원으로 1분기(300억원)보다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KB증권(80억원), NH투자증권(58억원),
삼성증권(016360)(8억원), 신한투자증권(4억원) 등의 해외법인 순이익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039490)은 상반기에 해외법인 합산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 실적을 분기보고서에 담지 않고 연말 사업보고서에만 공개하기 때문에 해외법인별 구체적 실적을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글로벌 증시 위축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준수한 수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사업 역량 강화도 꾀하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IB사업부와 글로벌IB부문을 신설했다. 기존 5총괄 19부문 체제에서 5사업부 2실 20부문 체제로 조직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글로벌IB 사업을 전담하는 사업부를 만든 것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IB총괄 조직을 IB1총괄과 IB2총괄로 나누고 IB1총괄 조직은 해외사업, IB2총괄 조직은 국내사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IB총괄 조직 산하에 전통적 IB사업을 담당하는 IB1부문과 부동산PF 등을 담당하는 IB2부문이 있었는데 해외사업을 수행하는 IB1총괄 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어 올해에는 IB1총괄 산하에 있던 글로벌 사업부를 아예 별도로 분리시키면서 해외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수익 다변화와 중장기적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법인을 통한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하나증권은 베트남 국영은행의 자회사로 있는 증권사에 지분을 투자해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베트남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KB증권은 인도네시아 증권사를 사들이면서 2017년 베트남 진출 이후 4년 만에 해외 증권사를 인수했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에 글로벌IB 업무 수행을 위해 런던 현지법인을 출범시켰고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글로벌IB 사업을 위해 미국 뉴욕에 IB전담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하면서 오랜 기간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증권사들의 해외법인 수익성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현지법인 당기순이익은 약 3627억원로 전년 대비 62.3% 증가했는 데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2432억원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사업 전초기지로 꼽히는 홍콩법인을 통해 유망기업과 해외부동산 투자, 트레이딩 등 글로벌IB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2018년 국내 경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과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비상근회장을 겸직하면서 해외사업을 챙기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하노이와 호치민 등 전국 지점망을 구축하고 마케팅 활동을 적극 펼치면서 현지 최상위권 증권사로 자리를 잡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업계 최초로 MTS, HTS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주식거래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뉴욕법인과 런던법인 등 금융 선진국에도 법인을 설립해 우량 딜 발굴 등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해외법인 신용공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자금세탁 방지 등을 이유로 증권사의 해외 계열사 신용공여가 금지돼 있었다.
이어 최근에는 증권사의 해외법인 신용공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해외법인에 자금을 빌려줄 때 위험값 100%가 적용돼 재무건전성 우려로 적극적인 자금지원이 쉽지 않았다. 이에 신용위험값 적용규제안을 낮춰 해외법인이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수정NCR은 2017년 249.7%에서 2018년 216.3%, 2021년 170.9%로 낮아졌다. 2022년 들어서는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와 실사제약 등으로 해외투자가 위축되면서 상반기 기준 수정NCR은 176.9%를 기록해 저하세가 둔화됐다. 다만 다시 해외사업이 확대되고 위험투자가 늘어나면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 분야를 세분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해외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