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주가 부진으로 유상증자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오스코텍(039200)이 결국 자기 곳간을 털어 부족분을 메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유동성이 여의치 않아 대규모 증자를 단행했지만, 자체 유동성을 보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급전 성격의 자금 조달인 데다가 비우호적인 영업환경까지 맞물리면서 조달 자금 규모가 위축된 모양새다.
오스코텍이 위치한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 (사진=코리아바이오파크)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유증 확정 발행가액을 주당 1만3850원으로 확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조달하게 될 자금은 총 886억원이다.
앞서 오스코텍은 8월 이사회를 열고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결정했다. 이번에 모집하는 자금은 임상 비용으로 쓰이게 된다. 하지만 주가 하락 여파로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는 목표액 대비 26% 넘게 줄어들었다.
임상 모멘텀 믿었지만…시장 분위기 '냉담'
1998년 설립돼 200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오스코텍은
유한양행(000100)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을 개발한 바이오벤처다. 레이저티닙으로 몸값을 높인 회사의 주가는 2020년 6만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주력 후보물질 중 하나인 ‘세비도플레닙’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임상 실패, 바이오업계의 밸류에이션 저하 등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는 3만원대로 하락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 경기 둔화 등으로 자금 시장이 얼어붙은 올해 중반에는 2만2000원대를 찍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스코텍이 주주배정 유증을 결정한 것은 임상을 지속하기 위한 급전 마련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를 찾기 어렵고 상환 리스크가 뒤따르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대신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통상 유증은 늘어나는 주식 수만큼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자금 활용 방안이나 기업의 가치 상승 전망에 따라 호재로 비치기도 한다. 특히 오스코텍은 다음달 ‘레이저티닙’과 폐암표적치료제 ‘아미반타맙’의 병용 임상3상에 대한 세부 데이터 공개를 앞두고 있어 시장에선 유증이 오히려 저가에 주식을 취득할 기회로 인식될 수도 있다. 회사는 빠르면 2023년에는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마일스톤·로열티 수령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의 병용 효과. (사진=디올투자증권)
이미 기술이전(L/O)이 이뤄진 레이저티닙 외에도 오스코텍은 다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세비도플레닙’은 미국과 유럽 등 5개국 32개 기관에서 글로벌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항암제 후보물질 ‘SKI-G-801’는 올해 초 미국에서 급성골수백혈병 임상1상 용량증대 시험을 종료했고, 알츠하이머 치료제 ‘ADEL-Y-01’도 글로벌 임상1상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분위기다. 이번 유증에는 최대주주인 김정근 대표이사의 배정주식 20% 참여가 확정되기도 했지만, 발표 직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회사의 주가는 유증 발표일인 8월26일 2만3170원에서 27일 1만7378원까지 급락했다. 현재는 1만6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유증 1차 발행가액은 예정 가액보다 무려 4000원(21.3%) 하락했고, 2차 발행가액은 1차 가액보다 900원(6.1%) 떨어졌다. 확정 가액은 1차와 2차 중 더 낮은 금액으로 결정된다.
자체 현금 털어 부족분 메꾸기…김정근 대표 지분희석 우려도
유증 자금 규모가 축소되면서 오스코텍의 유동성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조달한 금액 외에 부족한 자금은 현금성자산, 은행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별도기준)은 58억원으로 기타금융자산(215억원)을 포함하면 약 273억원 정도다. 자체 현금을 투입해도 유증 부족분인 314억원에 못 미치는 것이다.
최대주주의 지분희석 부담도 커졌다. 최종 발행가액이 확정되며 김 대표는 배정주식의 25% 초과까지 유증 참여 비중을 늘렸다. 김 대표는 회사의 주식 451만6710주(14.34%)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자를 합하면 495만1801주(15.72%)다. 유증 후 김 대표의 지분율은 12.53%,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13.67%로 하락하게 된다.
이에 오스코텍은 임상 비용 지출 규모를 소폭 줄이고, 추가적인 자금 조달은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년치 임상 관련 세부지출 계획을 잡았는데, 이 중 2024년 지출 금액을 조금 줄였다”라며 “아직 3자배정 유증을 통해 확보한 미사용 자금이 남아있고, 내년부턴 마일스톤 수령 계획도 있기 때문에 2024년까진 추가 자금 조달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