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주택 넘어 원자력까지…사업 다각화 속도
국내 건설사 최초 미국 원전 사업 진출…윤영준 사장 강한 의지 밝혀
올해 정비사업 수주 '8조원' 달성…부동산 침체기 안정적 사업 구조 필요
공개 2022-10-27 07:00:0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5일 15:1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원자력 사업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주택과 플랜트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의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향후 사업 확장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SMR-160 모델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소형모듈원전(SMR) 제휴기업인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과 SMR-160의 첫 상용화를 위한 표준모델 상세설계와 사업화에 대한 착수식을 가졌다.
 
현대건설은 현지 자연환경과 특성을 고려해 SMR-160 설치에 필요한 세부 설계에 참여하게 되며, 설계가 완료된 표준모델은 이후 홀텍이 소유한 '오이스터 크릭' 원전해체부지에 최초로 배치된다. SMR-160 개발 모델은 160MW급 경수로형 소형모듈원자로이며 사막, 극지 등 지역 및 환경적 제한 없이 배치 가능하다.
 
이번 성과는 윤 사장이 신사업에 공을 들인 결과라는 평가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윤 사장은 SMR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사업본부장 출신인 윤 사장은 도시정비사업 수주 업계 1위 기록과 동시에 사업 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런 신사업 추진은 국내 건설 경기 침체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 등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건설사들도 주택부문에만 힘을 쏟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주택부문 사업에서 리스크가 커져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해 실적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업부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전국에서 총 12곳의 사업장을 수주하며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8조3521억원을 달성해 업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마냥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최근 높아진 조합원들의 눈높이에 따라 특정 조건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시공사 교체를 택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A 건설사의 경우 지난해 기존 수주했던 총 8곳의 정비사업장에서 계약 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을 많이 수주한 만큼 향후 건설 경기에 따라 조합과의 협상 과정에서 '시공사 해지'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미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주택사업 이외에 다른 사업부문도 갖춰놔야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올해 윤석열 정부 들어 '원자력 부문'이 다시 주목받고 있음에 따라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자력 발전 비중 30%대 유지, 오는 2030년까지 미국과 공동으로 신규 원전 10기 이상 수주 등을 발표하면서 원전사업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다수의 건설사가 원전 관련 사업에 다시 뛰어드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최초로 미국에 진출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부문 사업을 이제 대부분 다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단기간 실적을 내기는 어렵고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집중하는 단계"라며 "이번 정부 들어서 '원자력'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현대건설이 힘을 쏟고 있는 SMR이 원전업계의 새로운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SMR이 오는 2035년까지 약 650~850기 건설될 것으로 전망하고, 시장 규모를 연간 150조원으로 추산하는 등 장기적으로 SMR이 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현대건설의 최근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주택부문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건축·주택부문에서 총 매출의 56.7%가 발생했다.
 
원자력 사업이 포함된 플랜트·전력부문은 아직 24.4%에 그치고 있지만, 해외에서 관련 사업이 진행될 예정임에 따라 전체 비중 또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해외사업만 놓고 보면 관련 부문 매출 비중이 지난해 말 19.4%에서 올해 상반기 23.3%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 내 원전사업 박차를 위해 현지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SMR, 원전해체 등 관련 사업에 대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원전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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