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쌍용차(003620)는 ‘M&A 대가’로 불리는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마지막 기업 인수 건으로 알려졌다. 내달이면 쌍용차의 기업회생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인 가운데 곽 회장이 이번 인수·합병(M&A)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현재 채무변제가 진행되는 중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서울 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종결 신청을 할 예정이다. 기업회생 종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쌍용차는 쌍용그룹, 대우그룹, 상하이자동차, 마힌드라에 이어 5번째 파트너로 KG그룹과 정식으로 손잡게 된다.
곽재선 회장.(사진=쌍용차, KG그룹)
인수 주체인 KG모빌리티는 쌍용차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21일 기준 69.08%가 됐다. KG그룹 컨소시엄이 쌍용차에 투입하기로 한 금액은 총 9300억원이다. 최근 인수대금인 3655억원에 이어 운영자금 2055억원을 유상증자로 수혈했다. 향후 3590억원이 더해질 예정이다.
이번 M&A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마지막 기업 인수로 알려져서다. 지난달 쌍용차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20여년 간 각종 M&A를 통해 국내외에 30개 가까운 기업을 인수해 KG그룹으로 키웠다.
곽 회장이 업계에서 M&A 대가로 불리는 이유는 다수 인수기업을 적자기업에서 흑자기업으로 변신시켰기 때문이다. 2003년 첫 인수기업으로 선택한 경기화학(현
KG케미칼(001390)) 역시 법정관리 중이었다. 곽 회장은 KG케미칼을 반년 만에 흑자 전환한 데다 최근 3년간 조단위로 매출이 성장하는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2019년 인수한 동부제철(현 KG동부제철) 관련 일화도 유명하다. M&A 시장에서 법정관리 4년차 동부제철의 인수 의지가 있는 기업은 없었다. 이때 곽 회장이 재무제표를 보고 적자라도 B2B(기업간 거래) 매출이 발생하는 점을 들어 고객만 늘리면 흑자가 나겠다는 생각으로 인수했다. 이후에는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핵심자산에 적극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9년 2조4000억원 수준이던 KG동부제철의 매출은 지난해 3조300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쌍용차는 2016년 티볼리 흥행에 32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최근 신차 토레스 돌풍이 쌍용차 회생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토레스는 사전계약 6만대를 돌파한 가운데 9월까지 누적판매량 1만1107대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의 완전한 회생을 위해서는 향후 5년간 2조~3조원의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낡은 평택공장을 선진화할 시설자금과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한 투자자금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직원도 30% 이상 감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나 곽 회장은 이 부분은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KG그룹의 자금여력이 충분한지도 관심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기준 KG그룹 지주사인
KG케미칼(001390)의 유동자산은 2조6319억원이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778억원이다. 또 KG ETS 환경사업부를 매각해 약 5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여기에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도 매물로 활용 가능하다. 쌍용차는 지난해 경기도 평택시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평택시 중심에 있는 현 공장에서 주변부로 공장부지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공장 이전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새 부지가 완성되면 현 부지가 매물로 나오는 건 당연지사다. 쌍용차 유형자산 중 토지 즉 현 공장부지의 장부가액은 7069억원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세로는 9000억원 상당으로 예상된다.
곽 회장은 KG케미칼 인수 후 6개월 내 흑자 전환을 이룬 비결은 비핵심자산 매각과 경영효율화가 빠르게 진행된 덕분이란 평가다. 쌍용차도 빠른 경영 정상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회사는 만성 적자부터 시작해 전기차 전환, 공장부지 이전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아직 곽 회장은 청사진을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차근차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이달 초 현행 7본부 26담당에서 2부문 8본부 28사업부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이번 본부 개편에서 국내 및 해외 영업본부는 ‘사업본부’로 변경해 강화했다. 또 기업회생절차로 산재됐던 미래 첨단 전자기술 통합 관리 조직을 신설해 차세대 사업 강화에 역점을 뒀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전기차로의 빠른 역량 강화와 AS 서비스 향상을 추진 중이다. 우선 내년 출시 예정인 토레스 전기차 U100부터 차량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를 적용해 글로벌 완성차업계 흐름을 따라간다는 목표다. 전기차 중심으로 확산되는 OTA 시스템은 네비게이션은 물론이고 브레이크, 통합 제어 장치, 자율주행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현대차그룹도 2025년까지 모든 신차에 OTA를 적용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쌍용차는 중국 전기차업계 1위 비야디(BYD)와 MOU를 맺고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는 한편, 전기차 기술제휴로 관련 기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BYD는 전기차 완성차업체로도 유명하지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직접 제조·판매한다.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3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SK온) 사용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주행거리 등 성능은 못 미치지만 30% 정도 저렴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비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사명은 변경하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KG모빌리티를 자동차산업 콘트롤타워로 세우고 산하에 쌍용차 등 관련 기업을 두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는 채무변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만큼 자동차 생태계 등을 구상하려면 청사진을 그리는 PMI(Post-merger Integration, 사후통합과정) 과정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