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최근 지정학적 갈등, 에너지전환정책 등으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의 신용등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점진적인 신용도 개선이 가능하지만, 개선 속도는 재무적 완충력과 자금 소요에 따라 기업별로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15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14조3000원 규모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창출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제마진과 국제유가 모두 급락하면서 정유사 실적도 악화됐으나, 지난해부터 주요국의 경기부양책과 백신 보급이 본격화, 글로벌 경기도 회복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모두 강세를 보였고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실적 또한 개선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7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국내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모두 상반기 중 급등세를 보였다. 또한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쿼터 축소도 수급 상황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6월 중에는 월평균 정제마진이 30 USD/bbl, 국제유가가 120USD/bbl 수준까지 상승하는 등 정유사에 유리한 수급 상황이 이어졌다.
국내 정유사가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수급 상황에 대응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합산 기준 12조3000억원의 영업이익과 전년 동기 대비 216% 확대된 매출 규모를 창출했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국내 정유사들은 현재까지 확보된 재무적 완충력 수준에 따라 신용등급 조정이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먼저
SK이노베이션(096770)과 산하계열사는 올해 상반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강세로 영업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0%, 275% 증가했으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도 400% 확대됐다. 다만 고유가로 인한 운전자금 부담 확대로 순차입금규모는 오히려 전년 동기보다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영업실적 개선에 따라 재무부담 완화가 예상되지만, 향후 투자 부담이 줄고 관련 성과가 본격화될 때 신용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S-OIL의 경우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규모 영업적자로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지난해 이후에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강세를 바탕으로 실적이 회복했으나, 유가 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확대도 함께 나타나면서 재무안정성 개선은 다소 늦는 모양새다.
중단기적으로도 재무적 완충력을 확보하면서 점진적인 재무안정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향후 1조5000억원을 상회하는 EBITDA 창출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운전자금이 축소되면서 재무부담 완화가 나타나는 시점부터 신용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GS(078930)칼텍스는 올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도 확대되면서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FCF)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없다는 점, 5~10 USD/bbl 수준의 정제마진 하에서 운전자금 부담 완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재무안정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도 운전자금 부담 확대로 순차입금 규모가 2019년 말 3조9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8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 또한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없어 운전자금 부담 완화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신호용 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국내 정유사들의 신용도는 산업 내 변화를 고려할 때 예측하지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점진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다만 신용도 개선의 속도는 기확보된 재무적 완충력 수준과 향후 투자, 배당 등 자금 소요에 따라 회사별로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