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쌍용차(003620)가 2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며 새 주인을 맞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향후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서는 3~4종의 신차가 성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향후 투자될 수조원의 사업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지속적인 인기 제품이 나와줘야 한다는 논리다.
1954년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로 시작된 쌍용차는 2986년 쌍용그룹을 거치며 쌍용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8년 대우그룹에 경영권이 인수됐으며 대우가 힘들어지자 2004년에는 상하이자동차로 넘어갔다. 2010년에는 다시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사 그늘로 들어갔으나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2020년 기업회생을 신청했으며 또다시 매물로 나왔으나 지난해 에디슨모터스가 인수자금을 불납입하며 인수절차가 수포로 돌아갔다. 올 4월 서울회생법원이 쌍용차 매각을 재결정한 가운데 최종인수 예정자로 KG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이 관계인집회에서 쌍용차 회생계획안 동의를 확인하고 쌍용차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이로써 KG그룹 컨소시엄(KG ETS, KG스틸,
KG이니시스(035600),
KG모빌리언스(046440)/재무적투자자(FI)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파빌리온PE)의 쌍용차 인수가 마무리됐다.
쌍용차 토레스.(사진=쌍용차)
앞서 상거래채권단 중 부채의 10% 정도인 700억~8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한 현대트랜시스와 희성촉매 등 2개 업체가 난색을 보였으나 전일 동의 의사를 밝혔다. 당일 오전에는 쌍용차 지분 74.65%, 회생채권 24%가량을 보유한 마힌드라도 회생계획안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KG그룹은 지난 5월 쌍용차 재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인수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회생채권 현금 변제율 제고로 고심하던 상거래채권단에 인수대금 300억원을 추가 투입해 변제율 상승을 약속하고, 인수대금 잔액인 3655억원을 완납했다. 지난 25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통과까지 완수하며 그야말로 깔끔하게 인수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진정한 회생을 위해서는 사업 정상화가 필수인 만큼 향후 5년간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레스 효과만으론 ‘부족’…3~4개 신제품, 각각 연 4만대 이상 팔아야
쌍용차는 ‘토레스 효과’를 앞세워 지난 3월 이후 4개월 연속 8000대를 넘기는 판매고를 나타냈다. 그렇다고 흑자가 눈앞에 다가온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업계는 쌍용차가 월간 1만2000대 연간 14만4000대의 토레스를 팔아야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쌍용차는 올 상반기에 4만7709대를 판매해 목표치의 3분의 1 가량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다만 지난해 동기간 4만314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한달 판매량에 가까운 7395대를 더 판 셈으로 고무적이다.
이러한 성과에는 쌍용차가 지난 7월 출시한 중형 SUV 신차 토레스 돌풍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레스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2000대를 기록하며 지난 16일 기준 계약 물량이 5만대를 넘어섰다. 7월 말 신청하면 1년 4개월여를 기다려야 하나, 각종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토레스 구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전문가들은 “토레스만으론 부족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향후 쌍용차 성장을 위해서는 신차 개발 등을 위해) 상당히 많은 추가 자본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지금까지 쌍용차 인수했던 회사들 모두 똑같이 경험한 상황으로 이를 KG그룹이 견뎌낼 수 있느냐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도 “토레스 하나만 가지고는 단기 흑자에 불과할 것이다”라며 “앞서 티볼리가 2016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쌍용차가) 흑자전환했지만 그때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내놓는 차 3~4종이 히트를 기록하고 판매가 지속되면 (쌍용차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다”라며 “차종별로 연간 4만~5만대 수준이 요구된다”라고 판단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볼리 효과는 2016년 단발성에 그쳤다. 그해 쌍용차 영업이익은 2016년 27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듬해인 2017년 652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4494억원이 될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신차 개발에는 대개 1종당 3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투입된다. 이 금액을 감안하면 KG그룹의 쌍용차 추가 투입비는 최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상환 부채와 고용 유지비 등을 포함하면 KG그룹이 이미 지불한 3655억원 외에 2조~3조원을 추가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 정상화에는 인수기업의 자금력과 노사화합이 주요하게 작용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KG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고도 8000억원 상당 자금 여력이 있고 계열사까지 (합하면) 2조원 이상이 될 것이다”라며 “노사 합의를 통해 투자를 진행하면 안정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반기 기준 KG컨소시엄 내 유동자산은 KG ETS 2275억원, KG스틸 1조2487억원, KG이니시스 3071억원, KG모빌리언스 2994억원으로 총 2조827억원에 달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5종류의 신차를 준비 중으로 내년 하반기 토레스 전기차를 시작으로 KR10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등의 라인업이 있다”라며 “주력 수출 지역인 중남미 칠레·페루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간 등을 고려해 출시 시기가 조정되겠지만, 꾸준한 신차 출시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급 영향 전망 달라…감원 등 비용 줄이기 관건
현재 자동차업계 화두인 자동차 반도체 수급 부족이 쌍용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각 전문가별로 해석이 달랐다. 권 교수는 “전기차 부품이 없어 팔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차를 만들어도 판매가 잘 돼야 의미가 있으므로 부품을 얼마나 잘 구매해 공급할 수 있는가가 최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 공급 부족 이슈 때문에 토레스가 반사이익을 보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타사에 비해 총 생산량이 작아 반도체 이슈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반도체 공급 이슈가 끝나고 다른 회사들의 차량 출고가 원활해도 계속 판매율이 좋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쌍용차는 판매 초기 토레스 인수 시점을 2~3개월로 짧게 잡고 경쟁차 보다 빠른 인도 시기를 장점으로 부각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정상화 기간을 약 5년으로 예상한다. 이 기간 동안 다수 히트작이 나와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쌍용차 노조가 2019년부터 진행했던 복지 중단, 임금삭감, 무급휴업 등의 강도 높은 자구책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쌍용차는 4800여명의 구성원 중 2000여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나 노조는 ‘자연감소분으로 고통을 감내하겠다’고 결론 내렸다”라며 “자연감소 인원은 내년부터 150여명 수준으로 3~5년여간 지속해도 1000명이 안 되는 상황이다. 노사가 이해하고 고통을 감내하면 적자폭이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결국 판매가 관건이 될 것이다. 많이 팔아야 이익이 나는데 반도체 공급 이슈로 완성차를 많이 만들어 팔 수 없고, 수익 떨어지는데 고용인원 등을 유지해야 하므로 힘들다”라며 “지금까지 쌍용차를 인수했던 회사들이 똑같이 경험한 상황으로 토레스 외에 팔 차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이후 13년째 무분규, 무쟁의를 이어오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무급순환 휴직, 3년간 임금 20% 삭감, 복지중단 등으로 절감한 비용은 3년간 5300억원에 이른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