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급증에도 쌓이는 재고자산 탓에 돈맥경화에 빠질 우려를 낳고 있다. 재고자산이 확대되면 운전자금이 늘어나게 되고 현금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게 되면 영업활동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특히 현대제철은 올해 하반기 전방산업의 업황도 어둡게 전망되고 있어 판매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올해 6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8조2657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6월 말(5조413억원) 대비 64%, 지난해 말(6조7304억원) 대비 22.8% 증가한 것으로, 2020년 말 기준 4조6878억원에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현대제철이 올해 상반기 기준 3.27회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재고자산회전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전율이 낮으면 그만큼 재고재산이 팔리는 속도가 늦다는 의미다. 주요 4대 철강사 중에서는
세아제강(306200)이 5.72회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동국제강(001230)(5.2회), 포스코홀딩스(4.66회) 순이다.
재고자산이 쌓이면 순운전자본도 같이 늘어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기업의 원활한 현금흐름을 위해서는 순운전자본 규모가 작을수록 좋다. 현대제철이 올해 상반기 매출 14조3607억원, 영업이익 1조5195억원 등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6.1%, 78.9% 늘어난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다.
순운전자본은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을 더한 값에서 매입채무를 뺀 것으로 현대제철의 순운전자본은 2020년 상반기 기준 6조4596억원에서 2021년 상반기 6조2400억원으로 감소한 바 있다. 당시 재고자산이 같은 기간 5조3043억원에서 5조413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덕분이다. 그러나 1년 새 재고자산 규모가 약 3조2000억원 늘어남에 따라, 순운전자본 또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9조556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이에 따라 현금흐름이 막히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재고자산 증가는 현금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대제철의 잉여현금흐름(FCF)은 2019년 –5449억원을 기록했다가 2020년 9317억원, 2021년 1조122억원까지 불어난 뒤, 다시 2022년 6월 말 1806억원으로 축소됐다. 현금 증가추세가 2년 반만에 꺾인 셈이다.
특히 수금하지 못한 외상거래대금인 매출채권도 지난해 상반기 2조781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조2259억원까지 늘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상반기 1조원이 넘었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상반기 4740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다만, 부채비율은 2019년 99.4%, 2020년 108.7%, 2021년 102.9%, 2022년 6월 말 100% 등 아직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재료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짐에 따라 제품의 유통가격이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악재다.
철광석, 원료탄 등 원재료 가격 추이. (사진=현대제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월 톤당 147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으나, 전날 기준 100.6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더불어 비수기 영향으로 철강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다. 원료탄 가격도 지난 5월 톤당 516.25달러에서 268달러까지 떨어졌다. 경기침체 우려 등 철강 경기 악화로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수급 불균형 현상이 개선되고 주요 수출국의 생산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반기 전방산업의 업황 전망도 좋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 여파로 건설·자동차 업계의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건설 분야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 지연과 글로벌 부동산 시장 침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자동차 분야도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며 차량 생산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이에 따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제철의 올해 3분기 실적에 관해 매출 6조9553억원, 영업이익 5502억원 등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7% 증가, 영업이익은 33.4% 감소를 전망한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기침체 등으로 건설·자동차·조선업계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판매가 축소됨에 따라 재고자산이 쌓였다"라며 "향후 시황을 주의 깊게 살펴볼 예정이며, 판매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