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제넨바이오(072520)가 이번엔 재무적투자자(FI)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도물량)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 6월 전환청구 기간이 도래한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는 주식으로 전환될 시 총발행주식 수의 5분의 1에 달한다.
제넨바이오의 제넨코어센터 비임상시험센터. (사진=제넨바이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넨바이오는 지난 2일 15억원 규모 제18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에 대한 FI
메리츠증권(008560)의 전환청구권 행사를 공시했다. 전환가액은 1734원이며 발생할 주식수는 86만5051주다.
일별로 살펴보면 지난 25일 40만3690주(7억원), 2일 46만1361주(8억원)씩 청구한 것으로 신주의 상장예정일은 각각 오는 10일, 19일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5일에도 같은 규모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28만8350주(5억원), 오늘(4일) 57만6701주(10억원)의 신주가 상장됐다.
이번에 전환청구권이 행사된 메자닌은 제넨바이오가 지난해 6월 발행한 150억원 규모의 CB다. 전환가액은 1790원으로 전환청구 기간은 지난 6월4일부터 오는 2024년 5월4일이다.
리픽싱 12회…무색해진 액면병합
해당 CB는 회사의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에만 5차례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겪었다. 당시 1790원이었던 전환가액은 불과 6개월만에 872원으로 반 토막났고, 전환가능주식수 또한 837만9888주에서 1720만1834주로 2배 가량 불어났다. 신주가 발행 주식 총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22%에서 8.22%로 높아지게 됐다. 이는 최대주주인
제넥신(095700)의 당시 지분율 8.39%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11월 ‘액면병합(주식병합)’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1주당 액면가를 100원에서 500원으로 병합하는 것으로, 병합 이후 발행주식총수는 2억919만2843주에서 4183만8568주로 줄어들었다. 회사 측은 액면병합 목적에 대해 “적정 유통주식수 유지 및 주가 안정화”라고 밝혔다.
문제는 주가 안정화를 목적으로 액면병합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주가가 기준가 대비 하락했다는 점이다. 액면병합은 자본금이 감소하는 ‘감자’가 아니기 때문에 병합이 마무리되면 기업가치는 유지된 채 주가만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일종의 착시현상인 셈이다.
제넨바이오의 주가는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1월19일 액면병합 후 거래가 재개된 회사의 주식 기준가는 4115원으로 형성됐지만, 불과 한 달 만에 2490원(2월21일 종가)까지 39.5% 급락했다. 이에 따라 액면병합 후 4360원으로 형성됐던 CB 전환가액도 7차례의 리픽싱 끝에 1734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액면병합 전 CB를 발행할 당시 설정한 전환가액(1790원)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FI 전환청구권 행사에 오버행 우려
FI인 메리츠증권의 대규모 물량이 출회될 경우 일반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메리츠증권은 CB 전환청구 기간이 시작된 지 약 한 달 만에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날까지 행사한 전환청구권 규모는 30억원으로, 전환가능주식수 865만518주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173만102주를 청구한 것이다.
이번 전환청구권 행사 이후 남은 사채 잔액은 120억원이다. 주식으로는 692만415주로 이달 3일 기준 총발행주식 수(4356만8670주) 대비 15.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CB 전량이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최대주주 측 지분 희석도 피할 수 없다. 제넨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신약개발 전문기업 제넥신으로, 회사 지분 7.17%(301만9913주)를 보유 중이다. 2019년 사명 변경 이후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성주 대표도 1.64%(67만1352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한 메리츠증권의 투자금 회수에 따른 유동성 경색을 피하기 위해선 주가 부양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제넨바이오의 현금성자산은 38억원이다. 현금성자산에 매출채권 50억원, 기타유동자산 11억원 등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109억원이다.
제넨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채권자가 일반투자자가 아닌 전문 투자기관이기에 오버행 이슈에 대해서는 더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전체 CB 물량의 20%가 전환됐는데, 오히려 향후 사업을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에 전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환이 이뤄지기 까지 3주 정도 소요되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것은) 전환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 주가부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상환청구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평택 신규시설(제넨코어센터)에서 본격적인 비임상 CRO 사업을 통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넨바이오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로 지난 3월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올해 안에 적자를 벗어나지 않으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아야 한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