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주가 약 29% 하락…7월 한 달 19만6874주 매집지난해 초 0%→8월 현재 2.58%로 보유지분 확대오너가 미약한 지배력 지적…지배구조 개선 기대감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최성환
SK네트웍스(001740) 사업총괄이 회사 지분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증시 침체로 SK네트웍스 주식이 1년 새 약 29% 하락하자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SK네트웍스 오너일가가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업계에서는 최 총괄의 지속적인 지분 매입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으며 계열분리 가능성과 경영권 승계 시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분위기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성환 총괄은 7월 한 달동안 총 19만6874주의 SK네트웍스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최 총괄의 지분은 지난해 초 0%에서 현재 2.58%로 확대됐다.
오너 일가 장남인 최성환 총괄은 최근 들어 지분 매집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최 총괄은 지난해부터 회사 지분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회사 지분이 없었던 최성환 총괄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358만9809주(1.45%)를 장내매수하며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SK네트웍스 주가가 하락한 최근에는 지분 매집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통상 오너일가는 주가가 떨어진 시점을 이용해 지배력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최성환 총괄 역시 4월부터 7월까지 매달 SK네트웍스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28일 6220원이었던 SK네트웍스의 주가는 올해 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 4000원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날(2일) 기준 종가는 4425원으로 불과 1년 새 약 28.85% 하락했다.
최 총괄이 지분 매입을 본격화하면서 그간 지적받아왔던 지배력 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SK네트웍스는 대주주인
SK(034730)의 보유 지분이 많고, 정작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오너가의 지분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SK네트웍스는 SK가 지분 39.12%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SK그룹의 지배를 받는 구조다. 최 회장이 2016년 SK네트웍스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경영체계는 SK그룹과 분리됐지만 계열분리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최성환 총괄 또한 대주주인 SK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 지분을 증여받은 뒤 친인척들과 달리 일부 지분만 매도하면서 올해 1분기 기준 0.33%의 지분을 갖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오너일가가 SK네트웍스와 SK 지분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계열분리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SK네트웍스의 3세 경영 승계가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는 지난해 최신원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최 총괄에 대한 경영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횡령·배임 혐의로 물의를 빚고, 회장직을 비롯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2235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에 휩싸여 재판을 받은 뒤 자진퇴진했다.
최근 최 총괄은 아버지인 최 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해 경영 일선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SK네트웍스가 2020년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을 예고하면서 최 총괄은 사업총괄 직책을 맡았고, 신사업을 도맡았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정기조직 개편을 통해 블록체인사업부를 신설하며 신사업을 이끄는 최 총괄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 총괄은 아직 SK네트웍스에 대한 지배력이 미약한 수준인 만큼 신사업에서 경영 성과를 내며 승계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탈철강’을 목적으로 신사업 행보를 본격화하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최 총괄은 블록체인 사업을 주도하는 한편, 신기술과 유망 산업에 투자활동도 벌이고 있다.
향후 최 총괄은 인수합병(M&A), 지분투자 등을 통해 SK네트웍스의 몸집을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SK네트웍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회복하며 현금 곳간을 채우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9년 4664억원, 2020년 마이너스(-) 1499억원을 기록하다 지난해 4615억원을 내며 다시 흑자전환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오너 3세에 대한 승계작업이 시작되면 계열분리는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라며 “SK네트웍스가 투자회사로 전환하면서 계열분리를 하더라도 자립할 만한 능력이 충분히 되기 때문에 승계작업 및 계열분리 속도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 사업총괄은 SK 재직 당시 미국 등 투자를 추진했고, SK네트웍스에서도 이 역량을 활용해 신사업 및 국내외 투자를 도맡고 있다”라며 “현재 최 총괄을 중심으로 합작법인 설립을 비롯해 신사업에 관한 다양한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또 “최근 최 총괄이 단행한 SK네트웍스 지분매입은 책임경영의 목적이 가장 크다”라며 “일각에서 계열분리 등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당장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