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택한 당근마켓, 정체성 논란 자초…적자 타개책 될까
전국 가맹점 보유한 프랜차이즈 기업 광고용 '브랜드 프로필' 론칭
'지역 소상공인 플랫폼' 정체성 훼손 우려
공개 2022-07-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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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주리 기자]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이 프랜차이즈 기업을 상대로 광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때 아닌 정체성 논란에 휘말렸다. 공식적으로 기업 광고를 받기 시작하면서 당근마켓이 가지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가 훼손된 것이 아니냐며 대형기업 광고에 반발하는 이용자들이 자칫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어 영업적자를 기록해오던 당근마켓이 이제야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평가 또한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최근 전국에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광고에 참여할 수 있는 ‘브랜드 프로필’ 서비스를 론칭했다. 처음으로 ‘브랜드 프로필’에 참여하는 기업은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로, 당근마켓은 이를 광고 수익으로 연결해 손실을 메우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당근마켓 제공)
 
당근마켓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800만명, 누적 가입자 수는 3000만명으로,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 2600만명, 배달의민족 2000만명(모바일인덱스 기준)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중고거래 건수는 1억5500만건에 이르며 이는 국내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3사(당근마켓·중고나라·번개장터)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거 당근마켓의 주요 수익모델은 '지역 광고'였다. 이용자가 당근마켓 내 지역 혹은 주소지 30km 내 원하는 지역에 자신의 상점이나 상품을 광고하는 것으로, 당근마켓 내 홈피드와 검색창 두 곳에 노출됐다. 2021년 기준 당근마켓의 영업수익은 약 256억7259만원으로, 이 중 광고수익이 254억7432만원으로 매출의 99%를 차지했다. 
 
문제는 당근마켓이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당근마켓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당기순손실은 2020년 130억원에서 2021년 364억원으로 2.8배가 증가했다. 매출은 2020년 118억원, 2021년 257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으나 영업손실도 2배 넘게 늘어 2020년 134억원, 2021년에는 35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비용은 2020년 251억원, 2021년 609억원이 발생했다.
 
 
 
기업 광고 외에도, 당근마켓은 손실을 메꾸고 수익성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미 시작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당근페이'를 선보였는데 지난달 말 기준 서비스 누적 가입자 수는 서비스 출시 초기 대비 5.2배 증가했다. 이 밖에도 당근마켓 고객센터인 당근서비스를 선보였고, 취향 커뮤니티 서비스인 '남의집'에 투자한 바 있다.
 
하지만 당근페이의 경우 극 초기의 서비스이다보니 고도화를 위한 인력 확대와 인프라 구축 등에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근페이는 지난해 1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당근서비스는 3억5700만원, 남의집은 86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당근마켓이 ‘생존’을 목표로 선택한 것이 프랜차이즈 광고 사업, 즉 ‘브랜드 프로필’ 서비스의 론칭이다. ‘브랜드 프로필’의 첫 기업인 배스킨라빈스의 경우 매장이 전국 각지에 입점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위치를 기반으로 노출수와 클릭수를 늘릴 수 있는 당근마켓의 광고 수익은 이와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지역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로 3000만 가입자를 끌어모은 당근마켓이 대규모 프랜차이즈의 광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미지 손실, 정체성 훼손, 이용자 이탈 현상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당근마켓은 초기부터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규모가 큰 기업의 광고는 늘 거절해왔다. 이에 당근마켓 이용자들은 당근마켓의 철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높이 평가해온 것도 사실이다. 당근마켓이 대기업·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광고를 유치하면 이같은 당근마켓의 정체성에 공감했던 이용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당근마켓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브랜드 프로필’은 적자 해소를 위해 만든 모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 각 지역의 상권을 들여다보면 아이스크림, 치킨, 베이커리 등 동네 생활권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있는데 이런 가게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고객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 지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업용 비즈프로필이 바로 ‘브랜드프로필'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의 정체성 훼손 논란과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례로 첫 브랜드 프로필에 참여하는 배스킨라빈스의 경우 동네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스크림 브랜드"라며 "당근마켓을 통해 배스킨라빈스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지역광고에 접한 이용자는 집 근처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해당 쿠폰을 사용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 각 지역에 동일한 광고가 노출 되지만, 실제 소비는 동네 가게에서 이어지면서 각 지점과 지역 소비자, 프랜차이즈 기업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다”라고 덧붙였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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