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101 미국서 물질특허 획득…사업화 경쟁력 확보설립 후 2500억원 투자 유치…기술이전 규모 2조5000억원얼어붙은 바이오 투심 돌파 관건…"공개 못한 특허 더 많아"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냉각과 함께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수요가 얼어붙으며 상장 도전에 나선 지아이이노베이션이 한파를 뚫고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미국 차세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I-104’에 대한 국내 특허를 확보한 데 이어 올해 핵심 후보물질 ‘GI-101’ 또한 미국에서 물질특허를 획득했다.
잇따른 특허 취득으로 올 하반기 지아이이노베이션의 IPO 일정에도 도움이 될 개연성이 커졌다. 유니콘 특례상장(시장평가 우수기업 특례)으로 IPO 타진에 나선 만큼 시장 영향력과 기술 경쟁력을 뜻하는 특허권이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이 GI-101 관련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지아이이노베이션)
7일 바이오벤처업계에 따르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에서 핵심 파이프라인인 면역항암제 GI-101 물질특허를 취득했다. 이번 특허는 후보물질의 필수 구성요소까지 권리범위에 포함되면서 GI-101의 단독 개발뿐만 아니라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 투여에 대한 것까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GI-101을 활용한 모든 방식의 사업화에 장벽을 공고히 한 것이다.
또한 지아이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통상 바이오 분야는 미국 특허심사 절차에서 한정요구 후 약 2년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GI-101는 4개월 만에 신규성과 진보성을 인정받아 특허권을 확보했다.
이번에 취득한 특허가 물질특허란 점도 눈길을 끈다. 바이오의약품 기준으로 물질특허는 후보물질 자체에 부여되는 특허로 물질의 용법, 용량, 환자군 등 특정 용도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떤 용도로 사용하든 해당 물질을 실시했다는 사실만 밝혀지면 권리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허의 종류 중에서 가장 강력한 특허로 통한다.
회사 측은 미국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GI-101 특허 취득은 기술적 혁신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기술이전(L/O)과 같은 사업화를 진행할 때도 강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GI-101은 해당 물질특허 외에도 면역관문억제제와 항암제, 방사선치료 등의 병용 치료, 제형에 대한 특허출원도 모두 마쳤다.
GI-101의 작용 기전. (사진=지아이이노베이션)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20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현재 약 3개월간 상장심사를 받는 중이다. 유니콘 특례상장으로 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NH투자증권(005940)과 하나금융투자가 대표주관사로 참여했다. 유니콘 특례상장은 IPO에서 기업가치가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평가를 간소화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4월 만든 제도다.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이면 1곳의 기술평가기관에서만 평가를 받으면 된다.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수요예측이라는 과제가 남는다. 2017년 설립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날까지 시리즈 A~C로 900억원,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1603억원 등 2500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규모는 국내 비상장 바이오기업 중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유한양행(000100)과
SK(034730) 등 대형 기업을 비롯해 NH투자증권, 산업은행, 브레인자산운용, 디에스자산운용 등이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또한 지난 2019년 중국 대형 제약사 ‘심시어’에 GI-101에 대한 중국 내 개발 사업권을 총 9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는 데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알레르기 치료후보물질 GI-301의 글로벌 개발 사업권을 유한양행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시리즈C 투자유치 당시 약 3000억원 수준이었던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는 현재 1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과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들. (사진=지아이이노베이션)
과제는 바이오업계에 대한 자본시장의 싸늘한 시선을 어떻게 돌파하느냐다. 이미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대외적 악재로 IPO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다가 잇따른 임상 실패 사례 등에 따라 업계 자체의 신뢰가 떨어지며 예비심사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과 함께 IPO 대어로 주목받았던 기업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시에 입성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총 공모금액은 11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달 24일 상장한
보로노이(310210)의 경우 장외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상장 후 시가총액은 5000억원을 하회하고 있다. 현재 침체된 증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당분간 깜짝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 이상 일정을 지연시키기도 애매해졌다. 당초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20년 하반기부터 성장성특례 방식으로 IPO 준비에 나설 계획이었다. 지난해 2월 기술평가기관 3곳으로부터 모두 ‘A’를 획득한 회사는 같은 해 11월 유니콘 특례로 방향을 선회했다. IPO 성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것은 불과 3개월 전이었으며 그간 연구개발(R&D) 등 투자에 따라 결손금은 작년에만 두 배가량 불어나며 올해 1분기 기준 3099억원까지 누적됐다. 다만 각종 대규모 투자 유치에 따른 주식발행초과금(자본잉여금)이 4516억원에 달해 자본잠식은 해소된 상황이다. 회사의 자본금과 자기자본은 각각 100억원, 1589억원, 부채비율도 5.2%에 불과하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최근 발표된 GI-101 미국 특허 외의 다른 특허들도 확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GI-104, GI-101 외에도) 특허가 더 많다”라며 “공개 불가한 것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특허 취득 목적에 관해선 “IPO는 한 부분이고 향후 기술이전 등 사업화를 진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