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강은영 기자] SBI저축은행이 부정적 업황 속에서도 유일하게 실적이 선방하며 저축은행 1위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가계·기업대출 등 영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이 실적 하락을 막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올해 SBI저축은행은 무리한 영업 확대보다는 현상 유지에 초점을 두고 영업을 펼칠 계획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익은 9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소폭 증가했다. SBI저축은행은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을 다루는 등 영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전년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말까지 집계된 기준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의 대출금은 11조3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3% 늘었다. 대출금은 가계대출 6조1641억원, 기업대출 5조1678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전년 대비 각각 20% 성장했다.
(사진=SBI저축은행)
SBI저축은행을 제외한 저축은행들은 전반적으로 실적이 줄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주요 저축은행 실적을 살펴보면, △OK저축은행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267억원 △웰컴저축은행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270억원 △한국투자증권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172억원 △페퍼저축은행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101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감소된 데는 최근 금리상승으로 예·적금 금리는 오르고 대출금리는 하락하며 예대금리차가 줄고,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 심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리 인상기에 시중은행이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익을 얻는 것과는 달리 저축은행은 반대로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는 모습이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와 예·적금 금리 격차를 키울 수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대출금리가 높고 법정 최고 이자율이 정해져 있어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6개월 1.78% △12개월 3.04% △24개월 3.07% △36개월 3.10%로 나타났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되던 시기인 작년 8월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6개월 1.39% △12개월 2.14% △24개월 2.16% △36개월 2.20%로, 금리 차는 0.39~0.91%p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35개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4.78%로 작년 8월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 15.20%로 대출금리는 0.42%p 하락했다.
반면 7년 만에 시중은행 중 예대금리차가 2%를 기록한 곳이 등장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국민은행 2.02% △신한은행 1.88% △하나은행 1.82% △우리은행 1.83% △농협은행 1.92%로 나타났다.
여기에 그동안 저축은행이 강점을 보여왔던 중금리대출 시장도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비중을 보면, △케이뱅크 20.2% △카카오뱅크 19.9% △토스뱅크 31.4%로 나타났다. 이들은 올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비중을 각각 25%, 25%, 42%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중금리대출 경쟁에 있어 인터넷은행을 경쟁자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이 다루는 중·금리대출 상품은 일명 ‘사잇돌대출’로 보증보험에서 심사를 통해 대출이 실행된다.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5~15% 사이에서 결정되며, 대출 이용자들도 상대적으로 고신용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에서 다루는 중금리대출 상품은 ‘사잇돌2’로 사잇돌대출과 달리 보증보험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고, 상대적으로 저신용자가 많이 이용한다. 대출금리도 두 자릿수에서 시작된다. 문제는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의 가계대출 상승률을 기존 21%에서 올해 14%로 낮춰 저축은행들이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영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올해 전망 속에서 SBI저축은행은 무리하게 영업 확대를 추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현상 유지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는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영업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또, 리테일 위주가 아닌 다양화된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올해 선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