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아름 기자] 국내 최대 종합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030520)의 신사업 성과 도출 시점이 요원해지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372910)의 경우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 뒤 실적이 부진해졌다.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메타버스, 인공위성 사업 등의 신사업은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089억원, 영업이익 149억원, 순이익 94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84%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08%, 33.78% 줄어든 수치다.
올해 1분기 한글과컴퓨터는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냈다. 매출(900억원)은 0.44% 늘며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영업이익(70억원)은 47.30%가 감소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마이너스 규모가 더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15억원으로 전년 동기(-41억5000만원) 대비 더 악화됐다.
한글과컴퓨터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배경으로는 신사업 추진이 꼽힌다. 한글과컴퓨터는 2017년 방역사업 진출을 위해 한컴라이프케어(당시 산청)를 인수했다. 실제 한컴라이프케어는 2020년 코로나19 특수를 맞아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다. 당시 정부가 마스크 공급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공적 마스크를 매입한 효과다.
하지만 앤데믹에 접어들자 곧바로 성장 동력을 잃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51억원, 영업손실 17억50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8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매출성장의 주축이었던 보건용 마스크의 생산공장 가동률은 2020년 123%에서 지난해 45%, 올해 1분기에는 0%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글과컴퓨터는 지난달
한컴MDS(086960)를 비롯한 한컴인텔리전스, 한컴로보틱스, 한컴모빌리티, 한컴텔라딘, 스탠스, 해외법인 등 총 11개 자회사를 포함한 주식 및 경영권을 매각하고, 새로 찾은 신사업 추진을 본격화기로 했다.
한글과컴퓨터는 메타버스, NFT(대체불가토큰), AIoT(사물지능융합기술), 인공위성, 드론 관련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었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지난해 지분투자를 통해 여행(매드엑스컴퍼니), 디지털마케팅(유디엠홀딩스), 메타버스(싸이월드한컴타운) 사업에 진출했고, 지난달엔 한컴인스페이스를 통해 위성데이터 사업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회사가 현재 추진 중인 메타버스 및 우주 관련 산업 또한 단기적인 성과 도출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싸이타운' 홍보 이미지(사진=한글과컴퓨터)
메타버스 사업과 관련한 제품 출시도 당초 계획보다 늦춰지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5월 중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싸이타운’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도 한글과컴퓨터는 ‘싸이타운’이 앱 출시 최종 승인을 받았다며 1~2일 내 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글플레이·애플앱스토어 등 양대 마켓에선 출시가 되지 않고 있다. 싸이월드의 그래픽을 2.5D에서 3D로 고도화하고, 미니미 모션, 사물 획득이 가능한 상호작용 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설계·추가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컴라이프케어 등 자회사 실적이 둔화되면서 한글과컴퓨터도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연결 실적을 기록 중”이라며 “인공위성, 메타버스 사업 또한 미래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수년 내 실적에 반영될만한 성과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오피스 사업을 기반으로 우주 산업, 메타버스 등 미래 유망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위성 데이터 사업의 핵심축인 ‘세종1호’가 지난달 25일 발사에 성공한 가운데 한컴라이프케어는 올해 초 군복 및 군용장구 제조 판매업, 방탄 등 특수소재 제조·판매업 등 사업목적을 정관에 새롭게 추가하고 군수사업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싸이타운’의 경우 이용자 수가 어느 정도 늘어난 뒤에는 유료화 모델을 접목하고, B2B 방식의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수익 모델을 점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라며 “대표 제품인 ‘한컴오피스’에서 고정적인 수익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되는 한 다양한 신사업에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