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올 1분기 12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린
KT(030200)와 함께 지난달 분사한 KT클라우드도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2위자리가 위태로울 지경에 몰리고 있다. 지금껏 업계 3위로 인식되던 네이버클라우드(
NAVER(035420))가 ‘시장 점유율 2위’라며 치고 올라온 데다,
카카오(035720)그룹까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을 키우고 있어 경쟁사들의 도전을 방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1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2일 2022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 매출은 6조2777억원·영업이익은 6266억원으로, 전년도보다 각각 4.1%·41.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약 39.5% 늘어난 455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증권가 예상치를 1000억원 이상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였고, 지난 2010년 3분기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지난달 분사한 KT클라우드 역시 실적이 개선됐다. 올해 1분기 KT클라우드 매출은 1224억원으로, 1085억원을 기록했던 작년 1분기보다 12.8%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KT클라우드가 위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인은 경쟁사들의 약진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어떤 자원을 제공하는가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소프트웨어를 웹에서 쓸 수 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서버·저장 장치·네트워크 장비 등 IT 인프라 장비를 빌려주는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인프라스트럭처) ·플랫폼을 빌려주는 PaaS(Platform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플랫폼) 등이다. KT는 이 중 IaaS 부문에서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며 국내 2위 사업자로 입지를 굳혀왔다. 1위는 5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AWS(아마존 웹 서비스)다. 그런데 지난 4월,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3위로 꼽히던 네이버클라우드가 국내 클라우드 시장 2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사진=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지난달 26일 ‘지난해 전 세계 클라우드 사업자를 대상으로 국내 매출을 분석한 결과 호스팅이나 상면 같은 비클라우드 사업을 제외하고, 서비스 지향(aaS) 상품 매출에서 네이버클라우드가 2위를 기록했다’라고 주장했다. IaaS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이 점유율 강세를 보이는 PaaS·SaaS 등에서도 2등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업계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의 2등 선언을 순순히 인정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서비스 종류와 정의 등에 따라 매출이 달라질 수 있고, 계정 수 등 점유율을 논할 수 있는 지표는 매출 말고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KT클라우드의 매출액은 4560억원으로 3800억원을 기록한 네이버클라우드보다 20% 많다.
하지만 실제 점유율 2등인지와는 별개로 네이버클라우드의 성장세는 무섭다. 지난 2009년 네이버의 IT 인프라 관리를 위해 분사한 네이버클라우드는 2017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사업(CSP,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을 시작했다. 고객 계정 수는 2017년 1만개에서 지난해 25만개로 5년 만에 25배가 됐고,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지향 상품 수도 2017년 22개에서 지난해 203개로 9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005930)·
삼성카드(029780)·EBS·
한화생명(088350)·미래에셋·
기업은행(024110)·농협은행 등 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해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주력 서비스 중 하나인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협업도구 ‘네이버웍스’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의 ‘국내 협업툴 모바일 이용자 분석’ 조사 결과 올해 1분기 모바일 앱 기준 △월간 신규 설치 증가율 △총사용자 수 △앱별 총 사용 시간·사용일 수 등 지표에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올해 5G 특화망과 클라우드를 결합한 융합 서비스로 스마트 오피스·팩토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한 새 클라우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가 올해 매출 4750억원을 기록하며 KT클라우드와의 격차를 더욱 좁힐 것으로 전망했다. KT클라우드의 올해 매출 추정치는 4830억원으로 네이버클라우드 매출 전망치와의 차이는 1.6%에 불과하다. KT클라우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NHN 사업 부문별 실적 추이. 자료=NHN
지난달 분사하며 클라우드 사업 강화를 예고한
NHN(181710)클라우드 역시 얕볼 수 없는 경쟁자다. 구성원의 80% 이상이 기술 개발 인력으로 구성된 NHN클라우드는 지난해 21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액 자체는 KT클라우드와 네이버클라우드보다 적지만 전년도 대비 성장률은 64.4%로 가장 높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41.4% 성장했고, KT는 같은 기간 16% 늘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산 클라우드 혁신센터. 사진=부산시
네이버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 외에도 클라우드 사업 경쟁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21 클라우드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42곳이던 클라우드 공급 기업(CSP)은 2020년 1409개로 23% 급증했다. 새로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 중 눈에 띄는 곳은 카카오그룹의 B2B IT서비스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사내 독립기업(CIC)이던 AI랩(Lab)이 2019년 12월 분사해 출범한 기업으로,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업무 플랫폼 ‘카카오워크’와 기업용 통합 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 i 클라우드’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기업용 메신저의 일종인 카카오워크는 지난해 기준 누적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고, GC녹십자·
위메이드(112040)·동원그룹 등 16만여 곳이 넘는 기업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획득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공공 기관용 카카오 i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미 광주 과학기술원 HPC-AI 인프라 사업 구축에 참여하고, 대전시·부산시와의 디지털 혁신 관련 협력을 맺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i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공공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 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인데, NFT 플랫폼을 공동 개발해 이를 PaaS 형태로 제공한다 계획이다.
경쟁사들의 이 같은 공세에 맞서기 위해 KT클라우드는 인재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고 핵심 사업 전반에 걸쳐 약 100명을 선발할 계획을 밝혔다. 선발자에게는 스톡옵션과 250만원 상당의 입사 축하 선물을 제공하기로 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