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증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삼성증권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016360)이 최근 화두인 마이데이터 론칭이 뒤처진 데다 갈수록 파이가 커지는 IB(기업금융) 경쟁력도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증권은 그룹사 통합 플랫폼을 활용해 전통 강호 WM(자산운용)부문 경쟁력을 지키고, 기업별 단위 마케팅을 강화해 부채자본시장(DCM) 등 IB 포트폴리오를 축적하며 명성을 지켜간다는 각오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투자사들은 지난해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으로 불린다. 마이데이터 승인을 받은 기업은 고객 동의(가입)하에 분산되어있는 전 금융사 신용정보를 통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데이터는 말 그대로 기업의 경쟁력이자 자산이다. 고객의 소비·저축 등 데이터를 확보해 상품을 추천하거나 자산관리(WM)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그야말로 마이데이터가 금융업계 ‘화두’로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삼성증권은 업계 탑5 초대형IB임에도 내년 초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조차 못 한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032830)(지분 29.39%)으로, 올해 초 삼성생명이 암 입원금 미지급 관련 건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와 과징금 등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삼성증권도 1년간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사업의 신규 추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자기자본 5조원 이상 증권사를 비롯해 이미
교보증권(030610),
현대차증권(001500) 등 중대형 증권사도 대거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삼성증권은 시장 선점에서 밀리게 됐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1년간의 공백을 ‘모니모’를 통해 메꾸겠다는 계획이다. 모니모는 삼성금융 (화재·카드·생명·증권·자산운용) 5개 사의 계좌관리, 간편 송금 등의 금융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일종의 삼성금융계열에 한정하는 통합데이터 서비스지만, 잠재력은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금융계열에 따르면 이들 모바일 채널 고객 수를 단순 합산 시 약 3200만명, 중복 가입자를 빼더라도 최대 2500만명의 잠재적 고객이 존재한다. 실제 모니모는 출범 한달 남짓이지만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기준 다운로드 횟수도 이미 500만회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인가받을 때까지 서비스를 정비할 시간을 번 셈이다.
모니모를 담당하는 삼성금융네트웍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다양한 금융업권을 아우르는 금융상품 개발 역량을 발휘하며 장기적으로 모니모를 통해 디지털 금융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 역량 확대에도 매진한다. ECM(주식자본시장) 강자로 꼽히는 삼성증권은 특히 IPO 주관 경쟁력이 탁월하다. 비록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주관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코람코더원리츠(417310)(975억원, 공동대표),
스톤브릿지벤처스(330730)(324억원, 공동대표), 헬스케어 기업
노을(376930)(150억원, 공동)까지 총 3건을 주관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해에는 대어
카카오페이(377300)를 비롯해
HK이노엔(195940),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
일진하이솔루스(271940) 등 15개 이상 기업공개 작업을 대표 주관한 바 있다. 주관 건수로만 보면
미래에셋증권(006800),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등과 함께 상위권 지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M&A(인수·합병) 자문에서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국내 M&A 자문 시장은 외국계 투자은행과 회계법인이 점령해 국내 증권사들에 다가가기 힘든 ‘벽’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삼성증권은 매년 다수의 인수합병 자문단에 이름을 올리며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에만 야놀자-
인터파크(108790)(지분 70%) 지분 매각 딜에서 인수 측(야놀자) 주관 업무, 맥쿼리자산운용-수소 생산 기업 덕양(지분 100%) 인수합병 케이스에서는 인수자 측(맥쿼리자산운용) 자문을 도맡았다. 다만 상대적으로 같은 ECM 분야에서도 유상증자 경쟁력은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대한항공(003490)을 포함해 유상증자에서 단 2건 주관에 그쳤다. 지난 2020년 단 1건에 이어 가뭄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점프업이 필요한 분야는 회사채 주관 등을 포괄하는 DCM(부채자본시장)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금융투자업계 부채자본시장(DCM) 주관 내역을 살펴보면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피어그룹(비교그룹)이 ‘탑3’ 상위권 지위를 공고하게 유지했지만, 삼성증권은 소외되며 대비를 이뤘다. 심지어 미래에셋은 물론 덩치가 월등히 작은 교보증권, SK증권 등에도 밀렸다. 올해 1분기 역시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등에 밀려 상위권 안착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름값이 부족하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와 비교해) DCM 부문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라면서 ”올해는 기존 고객과 함께 대기업군 신규 고객 확보와 더불어 개별 기업 단위의 마케팅 역시 전방위적으로 강화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