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 지누스에 8900억원 투입···10년 새 최대 규모 딜온라인 출혈경쟁 대신 초대형 백화점에 면세점 확대로한섬,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럭셔리 화장품 '승부수'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독자적 전략을 바탕으로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기보다는 리빙과 면세점, 화장품 등 유형화 콘텐츠에 집중하며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탄탄한 재정을 등에 업은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기반의 다양성을 무기로 차별화 행보를 이어간다는 공산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이사회결의를 통해 침구류 제조·판매기업 지누스의 지분 35.8%를 인수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수금액’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지분인수에 7747억원, 신주인수 방식으로 1200억원까지 총 8947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현대백화점그룹 차원에서 가장 투자 규모가 크다.
이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지누스 매트리스.
현대백화점의 지누스 인수는 미래 ‘신수종(新樹種)’ 사업 육성 차원이다. 유통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한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를 3대 축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마이웨이를 걸어왔다. 실제로
신세계(004170)(이베이코리아)와
롯데쇼핑(023530)(롯데온)이 조 단위 금액을 온라인 확대(M&A 포함)에 투입한 것과 비교해 현대백화점은 그룹차원에서 이를 따라가지 않았다. 트래픽 경쟁을 베이스로 적자를 거듭하는 이커머스 ‘치킨게임’을 피한 것이다. 대신 현대백화점은 한섬몰, 현대Hmall 등 개별몰을 키워 출혈경쟁을 최소화했고,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총알'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공정가치 금융자산 포함)은 7200억원 이다. 여기에 지난해 연간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만 5001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금을 충당하기에 문제가 없다. 같은 기간 자본유보율(잉여금/납입자본금x100)은 3830%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건전성도 이상 무(無)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지누스의 순차입금은 1906억원 수준으로, 이들이 현대백화점에 연결기업으로 편입될 시 현대백화점의 차입금은 다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에 현대백화점 부채비율(연결)이 71%, 순차입금/EBITDA도 1.8배 내외였다는 점에서 지누스를 품고도 2.9배에 그친다. 이는 지난해 기준 신세계(4.9배), 롯데쇼핑(8.6배)과 비교해 매우 낮은 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리바트(079430)(가구)와 현대L&C(건자재)를 필두로 리빙 부문을 전개해 왔다. 지난해 기준 현대리바트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자재를 포함한 B2B 부문 36.7%, 빌트인가구(아파트 등) 21%, 소비자 B2C(침대, 소파 등)는 25%에 그친다. 업계 경쟁자 격인
한샘(009240)은 인테리어 및 가구 중심 B2C사업이 큰 축이지만 현대리바트는 건설회사 등에 납품하는 B2B사업 비중이 큰 구조다. 바닥재, 창호재 등 건축자재를 주력으로 하는 현대 L&C 역시 마찬가지다. 지누스 인수는 B2C와 온라인 시장 확대 측면에서 매력적인 매물이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해외시장 확대도 노려볼 수 있다. 지난해 지누스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로 97%가 해외에서 나왔을 만큼 글로벌 인지도가 큰 업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리빙 부문은 2조5000억원 내외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 지누스 인수로 덩치가 3조6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국내 리빙 사업자로는 최대규모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발판으로 2030년 리빙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 (사진=현대백화점면세점 홈페이지)
유통 부문에서도 독자적 행보는 이어진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시대 속 오프라인 유통채널 회의론에도 초대형 백화점 매장을 여는가 하면 신사업 면세점 파이를 키우는 등 위기에 정면으로 맞섰다. 면세점의 경우 2020년 동대문점 오픈을 시작으로 같은 해 인천공항 제1터미널 DF7구역에 매장을 연달아 오픈했다. 팬데믹 기간 롯데와 신라가 인천공항 방을 빼고, 신세계가 강남점을 철수하는 등과 정반대 행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9년 매출 3688억원→6224억원→지난해에는 1조5912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156%나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08억원을 기록했다. 규모의 경제 실현에 다가가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200억원 넘게 줄였다. 점유율 측면에서도 1·2위 롯데·신라에 이어 신세계(매출 2조6596억원)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앤데믹(풍토병화)’으로 해외 각국의 빗장이 풀릴 것으로 기대되면서 면세점 흑자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외에도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영토를 넓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반기 인천공항 입찰은) 전체적으로 공고가 나오면 검토해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섬이 내놓은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 (사진=한섬)
3번째 축인 패션은 한섬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여성복 시장에서 프리미엄 경쟁력을 갖는 한섬은 ‘더한섬닷컴’ 플랫폼을 통해 20·30 유입을 모색하는 등 유통채널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한섬이 갖는 이미지를 활용해 럭셔리 화장품 시장을 노크하는 등 패션을 뛰어넘어 라이프스타일 분야로의 확대도 시도하고 있다. 한섬은 자회사로 한섬라이프앤을 두고 화장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7억4000만원으로 규모가 작고, 순손실 규모도 2020년 4억원→지난해 62억원으로 커졌지만, 올해부터 면세점에 입점하는 등 본격적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해 가시적인 결과치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섬은 패션·코스메틱 등을 통해 매출을 2조원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생필품 중심의 마트가 온라인 시장에 잠식되는 것과는 다르게 명품과 리빙, 프리미엄 식품·패션의 시장 잠식은 아직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라면서 “단순히 (이커머스가 추구하는) 퀵커머스 보다는 '뭘 파느냐'에 중점을 두고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