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Y노믹스…기업별 명과 암
두산중, 직접 수혜 예상···부동산 공약에 건설업계 '기대'
한화그룹, 반도체·우주사업 공약에 경쟁력 강화 가능성
태양광 비리 조사·플랫폼 규제 등은 우려
공개 2022-03-24 0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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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향후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이른바 ‘Y노믹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원자력발전·반도체·우주·건설 부문의 수혜를 예상하는 한편, 윤 당선인의 친미(親美) 성향을 고려해 중국·러시아와 관계가 깊은 기업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21일 정계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180여명으로 최종 구성됐다. 지난 18일 현판식을 가진 인수위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인수위의 특징은 원전 등 에너지 분야 전문가와 부동산 전문가가 해당 분과에 각각 5~6명씩 전문위원으로 포진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전과 건설·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12월29일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시스.
 
특히 원전의 경우 ‘탈원전 폐기,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윤 당선인의 공약 덕에 관련 산업과 기업의 부활이 사실상 확정됐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하고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윤석열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상용화를 비롯해 수소·재생에너지와 연동이 쉬운 원자력 산업 발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설치된 두산중공업 1400MW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사진=두산중공업
  
국내에서 원전과 가장 관련이 깊은 기업은 두산중공업(034020)이다. 정 연구원은 과거 신고리 5·6호의 사례를 고려할 때,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운영으로 두산중공업이 2000억원 내외의 연 매출과 수 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윤 당선인은 신한울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 허가 만료가 가까운 노후 원전도 되살릴 계획이어서, 원전 유지·보수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내온 두산중공업의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전 외에 Y노믹스를 통한 부흥이 확실시되는 산업은 ‘건설·부동산’이다. 윤 당선인이 내건 주택·건설 부문 공약은 △5년간 250만호 이상 주택공급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으로 10만호 이상 추가 공급 △1기 GTX 연장·2기 GTX 건설 등으로, 요지는 ‘민간 중심의 분양물량 확대’다. 이외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정밀 안전진단 면제 등의 공약은 이행될 경우 재건축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침체했던 건설경기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 윤 당선인의 공약이 이행되면 건설업 호황이 다시 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건설업의 부흥은 원자재를 담당하는 철강업계와 장비를 공급하는 건설기계업종에도 호재가 된다. 국내에서는 현대건설기계·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이 대표적인 건설기계 기업이다. 주택공급이 늘면 엘리베이터 수요도 늘기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실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원전과 부동산만큼이나 중요시하고 있는 산업은 반도체다. 특히 인텔·구글·퀄컴 등 해외 IT 대기업의 약진으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인수위에도 반도체 전문가들이 상당수 합류했고, 이날 열린 경제 6단체와의 첫 회동에서도 반도체 중심의 국가전략산업 육성 지원을 주요 의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민관 협동 반도체 기금인 ‘코마테크펀드(가칭)’를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약으로 삼았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공약이었던 코마테크펀드는 정부가 50조원을 우선 출자하고, 민간 기업의 출자 독려를 통해 ‘+α(플러스알파)’를 채우는 형태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파운드리 설립과 증설을 지원하고, 세제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와 함께 개발한 사피온 X220. 사진=SK텔레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기존의 주요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한화임팩트·SK텔레콤(017670)·두산(000150) 등 새롭게 첨단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Y노믹스 반도체 정책으로 수혜를 크게 볼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임팩트는 자회사 ‘뉴블라’를 통해 신경망반도체 개발에 나섰고, SKT도 자회사 ‘사피온’을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두산은 지난 9일 반도체 후공정 기업 테스나(131970)를 인수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학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이미 오랜 업력으로 자체 계획을 수립해왔기 때문에,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이 정부의 반도체 지원 혜택에 따라 더욱 극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전자식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 체계. 사진=한홧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한화(000880)그룹과 한국항공우주(047810)가 공을 들여온 ‘우주산업’도 Y노믹스로 새로운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가 ‘우주청’ 설립인데다, 최근 구성한 인수위에도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과학기술교육분과 위원으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는 작년 대비 약 18.9% 증가한 734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상 최초로 발사체·위성·우주탐사까지 3대 우주개발 영역을 모두 수행할 예정이다. 오는 6월에는 누리호 2차 발사가 예정돼있고,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탐사선인 달 궤도선 발사도 계획돼있다. 하반기에는 국내 저궤도위성의 통합적 관제·운영을 위한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도 개소하는데, 현재 한화그룹이 주력하는 우주사업 중 하나가 저궤도위성통신서비스이기에 우주청 설립과 더불어 한화 계열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예상된다. 다만 우주청의 경우 현재 설립 부처와 지역 등을 두고 논란이 있는 상황이어서 얼마나 빠르게 갈등을 정리하느냐가 사업 강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해운업계도 Y노믹스를 기대하는 업종 중 하나다. 윤 당선인은 “해운·조선 산업 성장을 통해 신해양강국으로 재도약하겠다”라고 공약했는데, 대선 후보 중 처음으로 선거대책본부 국민통합위원회에 조선해양산업 특별본부를 신설한 인물도 윤 당선인이다. 표심을 위한 말뿐인 공약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윤 당선인은 항만 지역의 해양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강조하면서 △해양산업의 스마트디지털 인프라 구축 지원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선박 연구개발·생산 지원 △자율운항선박과 스마트항만의 개발·운영 지원 등을 약속했다. 지난달에는 거제도를 방문해 대우조선 인수·합병(M&A)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대우·삼성 3두 체제 육성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을 산업은행과 완전히 독립시키는 것이 새 정부의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도 있지만, Y노믹스 소식에 긴장하는 업계도 있다. 태양광 업계도 그중 하나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탈원전·태양광 비리를 조사하고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라고 언급했고, 속초 유세에서도 “탈원전한다고 전기값 올라가게 해 놓고 태양광 보조금 누가 받아 갔는지 아마 다 드러날 것”이라며 업계 점검을 예고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전 정부의 색을 지우는 과정에서 태양광 업계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친미 성향으로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두었거나 대중(對中) 무역 비중이 큰 기업의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과의 외교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우리 기업과 경제가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월 외교전문지에 실은 기고문에서 “미·중 간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편에 서야 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안보 문제가 경제 문제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실상 지켜지기 어려운 문제”라며 “동북공정에 사드 추가 배치 문제까지 있어 중국의 보복을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사드 경제 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던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 내 상하이에 설립했던 중국 현지 유통 사령탑(Lotte China Management Co Ltd)를 정리하기로 했다.
 
카카오에서 촉발된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Y노믹스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윤석열 정부도 플랫폼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라며 “새로운 규제 틀의 구축은 시기와 정도의 문제”라고 내다봤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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