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수요예측 실패…박경일표 친환경 전략 '차질'
올해 첫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녹색 채권도 미달
지분 투자 계획 차질···신평사 "재무 부담 커져 안정성 불안"
공개 2022-02-28 08:50:00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4일 10: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에너지 기업 전환에 빨간불이 켜졌다. 흥행을 예상했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면서, 투자를 위한 자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프리IPO를 통한 자금 모집도 고려 중이지만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채권업계에서는 금리 상승 기조 탓에 앞으로도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1등 환경사업자로 거듭나겠다"라고 밝힌 박경일 대표가 재무 부담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있었던 SK에코플랜트의 올해 첫 회사채 수요예측이 미매각으로 끝났다. SK에코플랜트는 공모채 15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500억원 모집 예정이던 2년 물에는 420억원 밖에 모이지 않았다. 3년 물의 경우도 녹색채권(green bond)으로 발행하면서 대흥행을 예상했으나, 모집액 1000억원 중 760억원을 채우는 데에 그쳤다. 
 
이번 미매각의 원인은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먼저 외부적으로는 금리 인상 기조로 채권 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SK에코플랜트가 속한 A등급 회사채는 특히 상황이 좋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채권으로 인한 기관 투자자의 평가손실이 커졌고, 이 때문에 투자 여력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희망 금리밴드 상단도 개별 민평 수익률의 +30bp로 높게 제시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사태로 같은 건설업을 영위하는 SK에코플랜트에 불똥이 튀었다는 의견도 있다. 악화한 건설업에 대한 이미지가 수요예측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윤혁노 SK에코엔지니어링 대표(가운데)와 임원 등이 SK에코엔지니어링 출범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K에코엔지니어링
 
내부적 요인으로는 SK에코엔지니어링의 독립이 있다. 지난 15일 SK에코플랜트에서 독립해 공식 출범한 SK에코엔지니어링은 전기차 배터리·리튬 이온 전지 분리막(LiBS)·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EPC(설계·조달·시공)를 비롯한 첨단 엔지니어링 분야를 담당할 예정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수소 설비와 배터리 부문이 빠져나갔고, 남은 SK에코플랜트의 경우 폐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낮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수요예측 실패로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기업 변신에도 차질이 생겼다. SK에코플랜트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할 복안이었다. 증권신고서의 ‘자금사용목적’에서도 3년 물을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것을 가정한 지분 투자 계획을 명시했다. △폐기물 처리·재활용업체 △비철금속 재활용업체 △수처리·공업 상수도 공급업체 △에너지 플랫폼업체 △해상풍력 발전사업 등에 대한 2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로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초석을 다질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번 수요예측 실패로 투자금이 부족해졌고, 증권신고서에 자금 사용 예정일을 올해 3~6월로 발표한 것으로 볼 때 투자금 축소나 투자 연기·철회가 불가피해졌다. 
 
만약 SK에코플랜트가 증권신고서의 자금사용목적대로 지분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단순 계산으로 1240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SK에코플랜트 측은 “부족자금은 보유현금과 자체자금 조달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2020년부터 이어진 대규모 투자로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환경·연료전지 등에의 공격적인 지분 투자 과정에서 회사채 발행·인수금융 실행 등이 이루어져 재무 부담이 확대, 자금 소요가 증가했다”라고 분석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0년도 하반기 폐기물·수처리 사업 기업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 인수로 8000억원을 웃도는 자금을 썼고, 작년에도 일반·의료폐기물 소각업체 6개사에 대해 총 4175억원 내외의 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등 투자를 이어갔다. 이에 더해 블룸에너지 지분인수 대금으로 3035억원이 소요됐고, 해상풍력 구조물 공사 등을 수행하는 삼강엠앤티의 지분 매입에 3426억원을 추가로 쓸 예정이어서 자금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 말 기준 SK에코플랜트의 총차입금 규모는 2조4662억원으로, 2020년 말 1조4465억원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순차입금 규모도 6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연구원은 “투자사업에서의 향후 사업성과와 현금창출력 등 재무 실적·재무부담의 완화 추이가 회사의 신용도 판단의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싱가포르의 전기·전자 폐기물 처리 업체 ‘TES(테스)’ 인수 건에 대해서도 기대만큼 우려가 크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테스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에 대해 “일련의 사업다각화 투자에 따른 자금 소요로 기존 차입 규모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 가능성을 감안해도 최소 수천억원의 현금 지출이 예상된다”라며 “이번 인수로 재무 부담 증가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는 점은 재무안정성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산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투자 성과를 실현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단기적으로 재무 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의 지분 매각과 함께,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HDC 사태로 촉발된 건축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금리 인상 등 악재가 있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5000억원 규모의 프리IPO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지지만, SK에코플랜트 관계자와의 통화 결과 프리IPO를 비롯한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은 말 그대로 전부 ‘고려’ 단계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사업과 체질 전환에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지만, 외부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신중한 자금조달 계획과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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