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이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태양광 부문 자회사인 한화큐셀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영 효율화와 시설투자를 위한 유상증자이지만, 한화큐셀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올해 태양광 시장 전망도 좋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1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태양광 셀·모듈 제조 기업 한화큐셀의 주식 210만4082주를 3702억123만4633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주식 취득 후 한화솔루션은 한화큐셀 지분 100%를 보유한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전경. 사진/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은 이번 한화큐셀 유상증자 목적에 대해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24억9300만달러는 한화케미칼낭보(낭보법인) 소유 한화큐셀치동(치동법인) 지분 51%를 인수하는 대금으로 활용할 것이며, 6000만 달러는 한화큐셀의 손자회사인 한화큐셀말레이시아의 시설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법인 지분 매입으로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고, 시설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한화큐셀이 아직 ‘밑 빠진 독’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4월에도 한화큐셀 유상증자에 2834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모두 취득했다. 당시 조달된 자금 중 906억8007만원 역시 한화큐셀말레이시아 시설 투자에, 나머지 1926억9505만원은 채무상환 등에 사용됐다.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화큐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개 분기 내내 적자를 이어갔다. 특히 작년 4분기의 경우 영업손실이 153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3분기보다 적자가 59%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한화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약 840억원으로, 증권사 추정치보다 56%가량 적였다. 한화큐셀의 지난해 총 영업손실 규모는 3285억원에 달한다. 한화솔루션의 작년 영업이익은 738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한화큐셀의 부진으로 증권사 추정치보다는 12.56% 적었다.
올해 역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측은 한화큐셀의 실적에 대해 “물류 공급망 적체로 인한 판매량 감소와 높은 물류지 지속으로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4분기를 저점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적자폭이 줄어든다고 해도 올해까지는 적자가 이어진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화큐셀의 경우 판가 상승폭 대비 투입 원재료의 래깅 반영과 상반기 물류비용 강세에 따른 적자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올해 한화큐셀의 영업손실이 지난해보다 500억원 늘어난 37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태양광 패널 수입 제한 조치 연장과 ‘태양광 산업 육성법안(SEMA)’은 미국 내에 생산 공장을 보유한 한화큐셀에는 희소식이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한 태양광 모듈·전지 등에 대한 세액을 2030년까지 공제해 주는 ‘태양광 산업 육성법안’이 올해 상반기 통과되면 한화큐셀은 2030년까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세전이익 증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안 통과 여부가 아직 미지수인데다, 한화큐셀의 적자 규모가 상당하기에 낙관하기에는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노우호 연구원은 “현시점에 해당 법안의 통과 시점이 불확실한 점, 적자가 지속되는 큐셀의 수익성 회복 가시성이 선결 조건”이라고 전했다.
한화큐셀에 대한 계속되는 투자로 한화솔루션이 추가로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년 연속 이어진 한화큐셀 유상증자에 한화솔루션이 65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시점에서는 투자 재원이 충분하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월 발행한 회사채 흥행으로 총 3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았고, 투자 전문 신설 법인 HCC홀딩스 지분 49%를 헤임달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해 6762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 기술력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태양광 외에도 수소 등 투자하는 신사업 분야가 적지 않기 때문에 추후 투자 재원을 더 모집해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기업평가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이 케미칼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보였고 자금도 1조원 가량 확보했기에 당장은 우려가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한화큐셀의 적자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가 더 이루어질 경우 재무안정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