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매일유업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매일유업(267980)이 지분투자와 디저트 등 베이커리 신사업을 통해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본업인 유제품 사업 성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부가사업들도 적자가 불어나는 만큼,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지와는 다르게 주식시장 침체 국면 속에 지분투자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신사업 전망도 아직 불확실성이 높아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해 베이커리업체 더베이커스 지분 35.7%를 확보했다. 매일유업의 지분 투자는 경영 참여형으로 디저트, 즉 외식업 확대 의지를 드러낸 행보다. 앞서 지난해 8월 매일유업은 사내 TF(태스크포스) 형식으로 운영하던 디저트 사업부문을 고도·전문화하기 위해 엠즈베이커스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양도한 바 있다. 지난해 인수한 더베이커스도 엠즈베이커스가 도맡는 형태다. 더베이커스는 ‘밀도’를 운영하는 곳으로 식빵을 주력 판매한다. 현재 전국에 9~10개 남짓 매장을 보유한다.
사업 확장 이유는 단연 먹거리 확대다. 매일유업 매출은 2018년 1조3006억원→2019년 1조3933억원→2020년 1조4631억원, 지난해 컨센서스는 1조5400억원가량이다.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국내 유제품 산업이 성숙기다 보니 성장률이 높지 않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018년 5.72%에서 2019년 6.12%로 소폭 올랐으나 2020년 5.91%로 하락하는 등 다시 5%대 수익성에 머물고 있다.
매일유업은 디저트 신사업 외에도 부수적 수익까지 노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해 더베이커스, 인터베스트사모투자합자회사펀드, RXC, 로그싱크, 스틱글로벌혁신성장글로벌PEF 등에 비상장 지분투자부터 네이버(
NAVER(035420)),
카카오(035720),
카카오뱅크(323410) 등의 상장사까지 지분 투자를 연이어 단행했다. 투자는 경영참여와 일반투자, 단순투자로 나뉜다. 일반투자는 비상장 지분이다 보니 피투자법인 실적에 따라 평가이익이 산출되고, 단순투자는 상장주식의 주가 상승으로 이익을 얻는 게 목적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일유업이 타법인 출자에 투입한 금액은 일반투자 63억원, 단순투자 119억원으로 총 182억원에 달한다. 아직 4분기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만큼 더 늘어났을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짙다. 매일유업 출자 내역을 살펴보면 그동안 투자 형태로 지분을 확보했던 경험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2020년 지아이바이옴 등에 일반투자를 진행하고
KT&G(033780)에 단순 투자를 단행한 게 사실상 첫 사례였다. 아울러 투자 폭 자체도 연 2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유휴자금이 생겼다"라며 "이를 통해 신규설비투자와 공장 인수 등을 진행했고 남은 부분은 효율적인 자금운영을 위해 다양한 투자를 단행했다”라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이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신규 사업과 출자 투자 등을 늘려가고 있지만, 전망이 핑크빛으로 가득한 건 아니다.
매일유업은 이미 지주사인
매일홀딩스(005990) 차원에서 엠즈씨드(폴바셋), 크리스탈제이드코리아 등 식음료 사업과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서비스 사업장으로 묶이는 상하낙농개발과 상하농어촌테마공원은 농어촌 체험형 테마공원을 운영하는 테마파크형 사업이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가 들이닥치면서 크리스탈제이드코리아를 비롯해 엠즈씨드, 상하농원 등 본업을 제외한 부가 사업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며 뼈아픈 타격을 맞았다.
매일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누적) 외식 부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는 등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상하농원 등은 방문객 감소 장기화로 지난해에도 적자를 봤을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커리 사업 역시 그룹차원에서 이미 쓴맛을 본 선례가 있다. 매일홀딩스는 지분 49.1%를 갖는 본만제(관계기업)를 통해 일찌감치 시장 파이 확대를 시도해 왔지만, 좀처럼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매일홀딩스는 본만제의 장부가 전액을 손상차손 처리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추가 출자한 5억원에 대해서도 추가 손상을 인식한 바 있다. 손상차손은 통상 기대수익이 감소할 때 자산 상각을 통해 회계에 반영하는 것으로 브랜드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일반투자도 올해 가시밭길이 예고된 상황이다. 지난해 매일유업은 네이버와 카카오, 카카오뱅크에 수익목적 차원에서 투자를 단행했지만, 증시에 찬바람이 불면서 이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주식과 같은 지분투자 수익(손실)은 분기마다 사업보고서에 장부상 평가이익(손실)으로 적용돼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준다.
매일유업 사업보고서상 최초취득일자와 금액을 단순 수량으로 따져볼 시 대략 네이버는 35만4600원, 카카오는 10만1200만원, 카카오뱅크는 6만8000원 수준에서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17일 종가기준 네이버 주가는 32만4500원, 카카오 9만600원, 카카오뱅크는 4만9400원이다. 매일유업의 지분투자 시점 대비로 보면 각각 8.5%, 10.5%, 27.4% 하락한 셈이다. 올해는 물가 상승 압력과 더딘 경기회복이 맞물리면서 주식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만큼 당분간 투자수익으로 재미를 보기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유업(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2020년 코로나 첫해에는 힘들었지만, 지난해 외식부분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당 부분 올라와 선방했다”라면서 “상하농원 등 외부시설은 현재 투자 단계로 당장 영업이익을 창출하기보다는 계속 성장시키려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영향으로 방문객이 다소 줄었으나, 상황이 완화하면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