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위기관리 노하우로 빠른 시일 내에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고객과 회사의 동반성장을 달성하겠다.” 지난 2020년 3월 나온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구원 투수'로 등판한 만큼, 신뢰 회복과 성장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실제 이 사장은 취임 이후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로 발생한 고객 손실에 대해 최대 70%(폐쇄형기준)의 손실보상안을 결정하고 운영 리스크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뒷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결과 인적쇄신과 체질개선을 끌어낸 공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 올해 말까지 1년 더 조직을 이끌게 됐다.
.jpg "사진/신한금융투자")
사진/IB토마토
제2기 체제를 맞게 된 이 사장은 작년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자본시장 대표 증권사로 나아가는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전환점을 찍었던 한해’라고 자찬하며 올해 ‘신한 문화 대전환(RE:BOOT)’을 바탕으로 △기본과 원칙 강화 △투자명가 △디지털리딩컴퍼니 △법인생태계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리테일과 투자은행(IB)의 균형 발전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 ‘자본시장 대표증권사’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신한금융투자가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년 말부터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운용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거래대금 감소에 따라 증권사 호실적을 견인했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등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한 까닭이다. 금융감독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의 작년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누적 순이익은 3674억원으로 전년동기(1844억원)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리테일·WM그룹 순익이 1241억원으로 34% 비중을 차지했다. 리테일 비중은 전년동기 대비 4%포인트 증가한 수준으로, 순익은 2020년 3분기 1025억원에서 21% 늘었다. 같은 기간 투자운용(GMS) 부문과 GIB(글로벌투자금융) 부문 비중은 각각 37%, 22%에서 33%, 21%로 줄었다. 자본시장 대표증권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리테일 이외 IB, 법인 등 수익 다각화를 꾀해야 하지만 현실도 녹록지 않다. 금융상품판매 관련 비경상 손실이 존재하는 등 해묵은 과제가 산적해서다.
영업정지 공시. 사진/신한금융투자
앞서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독일 헤리티지 DLS신탁 등과 관련해 불건전 영업과 부당권유 등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업무 일부 정지 6개월과 과태료 40억8800만원의 제재를 내렸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는 오는 5월14일까지 사모펀드 신규판매와 일부 특정금전신탁 신규 계약 체결 관련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헤지펀드 지원업무) 계약을 이관하며 사실상 관련 비즈니스를 접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PBS 라이선스를 반납한다거나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부 이관을 하긴 했지만, 고객 보호 차원에서 여전히 관리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홍콩계 사모펀드 젠투파트너스 펀드 환매 중단도 복병으로 자리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젠투(Gen2)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약 4200억원의 잔고 중 만기도래한 약 3738억원이 환매 중단돼 상환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한금융투자는 금융상품 10종에 대해 사후정산 방식의 사적화해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펀드판매와 관련해 내·외부 반발이 심한 모습이다. 특히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 등 일부 투자자들은 사적화해를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해 말 신한지주 본사 앞에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판매된 환매연기 사모펀드 배상을 촉구했다. 노조 또한 경영진에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물으며 컨테이너 농성을 전개했다. 우수한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평판 저하와 추가 배상금 지급 가능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사모펀드를 비롯해 신한금융투자에 계류 중인 피소 건은 31건(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총 소송가액은 312억2400만원이다. 우발채무(채무보증)는 3조6196억원으로 자기자본의 72.3%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중은 7.2%로 업계 평균(2.6%)을 상회했으며, 재무건전성지표인 순자본비율은 1619.66%로 전년동기(1655.72%)보다 하락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해외 대체투자 관련 부실위험 △금융상품 판매 관련 손상 △배상 부담을 올해 모니터링 요인으로 지목하며 “경상적인 수익창출력이 우수하나, 잇따른 비경상적 손실 발생이 수익성을 저하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작년 9월 말 자기자본 대비 위험익스포져 비율은 213.5%로 우발부채와 기업대출, 자체헤지 ELS 등 위험익스포져 부담이 큰 편”이라면서 “금융상품 판매 관련 배상책임과 투자자산의 자산건전성 저하로 인한 손실 위험이 내재한다”라고 평가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