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B손해보험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에도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예고하자,
DB손해보험(005830)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DB손보는 금융당국과 협의한 총량 관리 목표를 초과하고도 계속해서 가계대출을 늘리다가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DB손해보험의 가계대출 잔액은 5조1014억원이다. 이는 작년 말과 비교해 7.1% 증가한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와 주식, 부동산 투자 등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라 보험사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전년 대비 4.1%로 제시했다. DB손보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목표치를 2배 가까이 넘겼다.
DB손보의 가계대출 구성을 보면, 보험약관대출 잔액이 2조944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동산담보대출 1조2086억원, 기타대출 6083억원, 신용대출 3266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강하게 규제하자, 풍선효과로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000810)의 가계대출 잔액은 15조9011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3.8% 증가했고,
현대해상(001450)은 작년 말 대비 2.1% 증가한 3조350억원을 기록했다. KB손해보험 가계대출 잔액은 4조4097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4.0% 늘었다. DB손보 가계대출 잔액은 4조9919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4.8% 증가해 손보사 중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 9월 KB손보를 시작으로 DB손보, 삼성화재는 신규 가계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KB손보와 삼성화재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멈췄고, DB손보는 신용대출에 대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최근 KB손보와 삼성화재는 내년부터 신규 대출 취급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연말까지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겠다고 한 DB손보는 정확한 재개 시점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DB손보가 가계대출 재개에 신중한 것은 지난 9일 금감원으로부터 가계대출 총량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경영유의’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관리계획 목표치를 초과한 후 9월 말 기준 누적증가액이 목표를 크게 상회했다는 이유다. 손해보험사 중 가계대출 증가로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곳은 DB손보가 유일하다.
실제 DB손보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4조9919억원에서 9월 말 5조101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1% 늘었다. 신규 취급을 중단한 신용대출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3.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부동산담보대출이 1조208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5% 많이 증가했다.
금감원은 DB손보가 가계대출이 늘어난 데에는 △가계대출 관리계획 이행현황을 전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부재 △관리 목표 및 소진율에 관한 보고 내용 미흡 △기타대출에 대한 세부항목별 관리목표 수립 부재 △사전적 대응 방안 부재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올해 DB손보가 가계대출 관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2년도 금융정책 추진 방향’에 따르면, 내년 가계부채 관리를 총량 관리에 기반하되 증가세를 4~5%대로 관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DB손보의 수익성도 주춤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9월 말 누적 기준 DB손보가 자산운용을 통해 거둬들인 이익 중 대출을 통해 거둬들인 이익은 3585억원으로, 유가증권 운용 수익(6267억원)에 이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대출 중 개인대출이 5조847억원으로 가장 크고, 이어 중소기업 대출 4조5900억원, 대기업 대출 2조8656억원으로 나타났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대출 비중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관련 수익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DB손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연말까지 신용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재개 시점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라며 “금감원의 경영유의 조치로 가계대출 방안을 마련해 6개월 이내에 가계대출 개선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