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를 공식화하면서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 경감 차원에서 수수료가 최대 0.3%포인트 낮아지면서 결제사업이 쪼그라들 수 있어서다. 다만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가맹점수수료 개편으로 전체 결제시장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연간 4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감안해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매출규모에 따라 0.1%포인트~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표/금융위원회
이에 따라 내년 1월 말부터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0.8%에서 0.5%로 내려간다. 카드수수료 제도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적격비용에 기반한 수수료 체계가 도입됐으며, 현재 정부는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영업이익과 수익성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김서연 나이스(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가맹점수수료율 하향 조정에 따라 신용카드사의 수익성은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있었던) 지난 2019년과 달리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대손·이자비용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점은 향후 수익성에 있어 주요 하방요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사진/픽사베이
김 연구원은 다만 “민간소비 활성화에 따라 카드이용실적이 증가하고, 카드대출이나 할부금융, 리스영업 확대로 취급자산이 증가하면서 가맹점수수료율 하향 조정의 영향을 일부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신용등급 방향성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결제 시장이 신용카드 중심으로 고착화돼 있어 민간소비 성장률을 상회하는 양호한 산업 성장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수한 자본적정성과 보수적 리스크관리 정책을 감안할 때 카드사 대부분이 양호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또 “가맹점수수료율 개편은 3년 주기로 도래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이라면서 “오히려 금리나 가계대출 규제가 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한편 거듭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신용카드업 고유의 사업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카드사 영업이익 추정시 주요 가정. 표/한기평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결제시장 내 신용카드사의 점유율을 감안 시 신용카드 7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연간 약 4000억원 감소하고,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약 1800억원(-4.8%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규제강화, 금리상승, 빅테크의 위협 등 카드사를 위협하는 잠재위험들이 지속적인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맞물려 장기적으로 카드사의 결제시장 내 주도권이 약해진다면 업계 전반의 신용도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이어 “재무적 측면의 부정적 영향이 단기적인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관리가 미흡하고 과도한 외형 확대로 자본적정성이 크게 저하되는 카드사는 중기적으로 신용도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