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가계부채 총량 관리 규제 대상에 중·저신용자 대출을 포함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카카오뱅크(323410)도 한시름 놓게 됐다. 당장 올해 말까지 약속했던 중금리 대출 비중을 맞추지 않더라도, 신사업 진출 인·허가 불이익 등 패널티를 받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상과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확대와 리스크 관리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 대출의 경우 고신용자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카카오뱅크가 내놓을 자체 신용평가 모델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0일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카카오뱅크의 전체 신용대출 잔액 가운데 신용평가점수(CB) 820점 이하의 중·저신용자에게 나간 대출 비중은 13.4%로 집계됐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올해 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인 20.8%를 7.4%포인트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10월 말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14.6%로 한 달 새 1.2%포인트 상승했지만, 아직도 목표치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내년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5%까지 올리고, 오는 2023년 말까지는 3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목표달성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은행 출범 이후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해줬던 구조를 이제야 개선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중금리 대출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실제 작년 말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금리 구간별 취급액 비중을 살펴보면 4% 미만이 86.4%를 차지했다. 반면 6~7% 미만 금리를 적용한 신용대출은 0.4%에 그쳤고, 7% 이상 금리를 적용한 신용대출은 전무했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했던 셈이다. 신용대출 비중은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 등 엄포가 떨어진 이후 개선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10월 중 취급된 신용대출의 경우 4% 미만은 23.8%, 6~7% 미만은 22.5%, 7~8% 미만은 5%로 바뀌었다.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의 경우 5~6% 미만인 44.5%를 차지하고 있으며 6~7% 미만은 40.8%, 10% 이상은 0.4%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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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손비용이 늘어나는 점은 성장 저해 등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올해(5%)보다 더 낮은 4~5% 수준에서 관리하는 한편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는 내년까지 35조원으로 확대하고 대출 총량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중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고신용 대출을 중단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는 한시름 놓았지만, 동시에 연간 대출 총량에 여유가 생긴 시중은행 등이 중금리 시장으로 들어올 경우 여신 성장이 위축될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 등 리스크 관리 능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법인여신이 금지돼 있어 현재로선 100% 가계대출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여신의 증가는 리스크로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수익 96%가 가계대출 예대마진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가계대출 성장률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상당한 영향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 6월 말 10.6%였던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이 9월 말 13.4%로 다소 높아졌지만, 연말까지 20%를 맞추기 위해서는 공격적 프로모션이 계속되고 대손비용률도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3분기 카카오뱅크의 총여신은 25조385억원으로 작년 동기(18조7304억원) 보다 6조3081억원 증가했으며 고정이하여신은 515억원으로 36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05%포인트 줄어든 0.21%로 나타났으며,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52.18%에서 228.41%로 상승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신용대출 확대 기조는 마진율과 대손비용률의 상승을 동반한다”면서 “당분간은 신규 취급한 중신용대출에 적용되는 대손 적립률에 따라 충당금이 증가할 전망으로, 관건은 중신용대출의 실제 부실(NPL)이 발생하는 시점의 건전성”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휴대폰 소액결제정보를 활용한 CSS고도화와 개인사업자 매출, 거래 데이터 등을 활용한 개인사업자 특화모형을 개발해 적용하는 한편 내년 중 요식업 등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기업대출을 출시해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공개하기는 집계가어렵다”면서도 “CSS 고도화라거나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중·저신용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