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4대 성장엔진에 10조원 투자CJ ENM, 엔데버 위해 9000억원 차입·SM 인수도 예정"추가적 대규모 투자 집행 시 재무안정성 저하 폭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출처/CJ ENM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CJ(001040)그룹이 2023년까지 4대 성장 엔진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로 잠시 전열을 가다듬던 CJ는 다시 공격적 인수·합병(M&A)이라는 발전 모터를 달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CJ의 연이은 지분투자로 발발한 재정 위기를 회상하며 ‘도돌이표’가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는 만큼, CJ가 성장과 재무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는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M&A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일군
CJ제일제당(097950)은 ‘바이오’ 덩치를 확대하고 있다. 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은 크게 3분야로 의료제약 레드바이오, 농식품˙사료를 다루는 그린바이오, 에너지·친환경소재 화이트바이오 등이다.
CJ제일제당은 기존 강점이 있는 그린과 화이트를 넘어 레드 분야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들어 CJ제일제당은 천랩의 지분 44.5%를 983억원에 인수한 뒤 지난달에는 천랩에 제일제당의 레드바이오 사업을 일괄 양도했다. 연구개발(R&D) 전문성 확대를 위한 조치다.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치료제 개발 회사다.
이에 더해 CJ제일제당은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바타비아)를 또다시 품기로 결정했다. 구주 및 신주를 포함해 지분 76%에 약 2677억원을 투자한다. 바타비아는 네덜란드 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 생산업체로 레드바이오 강화를 위한 목적이다. CJ제일제당은 바타비아를 품으며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입성하게 됐다. CDMO 시장은 치료제 개발사들이 외주생산 비중을 확대함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문화 왕국을 꿈꾸는
CJ ENM(035760)도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CJ ENM은 지난달 미국 내 독립 콘텐츠 스튜디오인 엔데버 콘텐츠(Endeavor Content Parent, LLC) 지분 8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엔데버는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로 널리 알려진 업체로, 이번 인수는 글로벌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한 목적이다. 인수대금은 약 9150억원이다.
CJ의 M&A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이재현 CJ 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4대 성장엔진인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중기 비전 청사진을 그렸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불확실성으로 주춤하던 미래 투자에 다시금 불을 지핀 행보로 읽힌다.
CJ는 그동안 공격적인 M&A로 사업을 확장하다 유동성 위기를 맞기도 했다. 실제 CJ 제일제당은 2017년 브라질 셀렉타(100%, 3600억원), 미국 냉동식품 업체 카히키(100%, 700억원), 2019년 냉동식품 제조업체 슈완스(70%, 1.9조원) 등을 연이어 인수했는데, IFRS 리스회계 기준 변경과 연이은 인수 부담이 겹치며 재무안정성이 급격하게 저하됐다. 2018년 CJ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 총차입금(리스부채 제외)은 4조9228억원에서 2019년 1분기(연결) 7조3417억원으로 폭증했다. 특히 덩치가 큰 슈완스 인수로 순차입금 증감만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됐다. 순차입금/에비타(EBITDA)는 6.3배까지 치솟으며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맛봤다. CJ는 비상경영 선포 후 유휴자산 매각 및 자산유동화(가양동 부지, 영등포 부지 세일즈앤리스백)로 1조1500억원가량을 마련하는 노력 등으로 위기를 모면했던 경험이 있다.
업계에서는 당시와 비교해 CJ그룹 재무안정성이 큰 폭으로 저하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 순차입금/에비타는 2.4배로 2019년 보다 양호한 상태다. 슈완스 등 인수합병 기업 효과로 에비타 창출이 늘어나면서 영업창출 현금으로 자금 소요 대응 여력이 과거보다 다소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3분기 기준 CJ(연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2426억원 수준으로 자체 현금만으로 미래 투자를 진행하기엔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일정 규모 차입금이 필수적인 데다, 인수 후에도 사업이 자리 잡기 위해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재무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CJ ENM이 인수하는 엔데버 재무지표. 출처/한국신용평가
CJ ENM과 엔데버 합병 후 재무지표 변화 추정치.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일례로 CJ ENM의 경우 그동안 우량한 재무구조를 자랑해 왔지만, 최근 연이은 인수확대로 재무건정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CJ ENM은 지난달 단기차입금 증가결정 공시를 통해 9000억원 단기차입을 공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번 차입으로 CJ ENM 총차입금(연결) 규모는 올해 3분기 약 1.3조원에서 2.2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및 순차입금의존도는 연결기준 65.7%, 8.0%에서 각각 92.0%, 18.4%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에스엠’ 인수 건이 더해지면 CJ ENM의 재무부담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거래 대상은 이수만 SM 대표 프로듀서 보유 지분 18.73%다. 가격은 6000억~7000억원으로 거론된다. CJ ENM이 엔데버 케이스처럼 에스엠 인수 시 7000억원을 차입한다고 가정해보면 순차입금 의존도는 29.3%, 부채비율은 109%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CJ ENM은 SM의 20% 내외 지분을 갖는다는 점에서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이다. 관계기업은 연결재무제표로 작성하지 않고 지분법 손익으로 처리해 SM의 자산 가치는 고려하지 않았다.
송영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CJ라이브시티 사업자금 소요 등 대규모 추가 투자소요 발생 가능성이 존재”라면서 “금번 인수에 따라 재무여력이 축소된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 집행이 이어질 경우 회사의 재무안정성 저하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 인수한 회사가 그룹 차원에서 얼마나 빨리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제일제당이 인수한 바타비아를 보면 최근 3년 매출액이 2018년 194억원→ 239억원→ 310억원,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3318%를 넘어서는 등 아직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과거 제일제당이 인수했던 업계 상위권 사업자 슈완스와는 점유율과 덩치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당장 에비타 확대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엔데버 역시 코로나19 타격으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3380만 달러(약 40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 사태가 변이 형태로 장기화로 흘러가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CJ 관계자는 <IB토마토>에 “CJ ENM은 그동안 차입을 거의 하지 않았던 만큼, 부채비율이 타사와 비교해 별로 높지 않아 이번 단기차입을 진행해도 재정상태가 크게 이슈는 없을 것 같다”라면서 “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이어나갈 때 포괄적으로 다 따져가면서 접근해 시장에서 우려하는 (재무안정성 저하)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