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사면초가'···실적 악화에 생산중단·경영권 문제까지
대전·금산공장 생산중단 매출액, 작년 총매출의 38.7%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3분기 영업익 20%↓···경영권 문제도 미해결
공개 2021-11-24 16:25:57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4일 16:2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한국타이어)가 노사 협상에 실패하면서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여파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실적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파업까지 겹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은 이날부터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 지난 8월부터 진행된 한국타이어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총파업을 시작했고, 공장도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한국타이어 양대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무기한 총파업인 만큼 공장의 생산 재개일도 미정이다. 
 
노조 측은 최근 5년간 임금 인상률이 2~3%대였다며 지난해 임금을 동결한 만큼 올해는 10.6%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임금 5% 인상과 성과급 500만원을 제시하며 노조와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합의는 쉽지 않았고, 노조는 지난 16일부터 근무조(3교대)별 2시간씩 총 6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19일부터는 근무조별로 퇴근 전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노조와 계속해서 소통하며 원만한 협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지만, 문제는 생산중단으로 인한 피해다. 공시에 의하면 이번 대산·금산공장 생산중단 매출액은 약 2조4977억3780만원으로, 지난해 총매출의 38.7%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에 명시된 수치는 추정액이어서 해당 금액이 그대로 손실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지금 시점에서 생산 감소로 인한 매출 축소는 한국타이어에 더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신차용 타이어 수요도 줄었기 때문이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르노삼성·한국지엠·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기업 5곳의 지난 9월 총판매량은 53만9236대로, 지난해 9월보다 20.7%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의 3분기 매출도 1조829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 이상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20% 가까이 축소됐다.
 
운송비 상승도 실적 개선을 막는 요인이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5일 기준 4588.07포인트로, 지난해 10월의 3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주요 항구에서 물류 병목현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떨어질 줄 모르는 원자재 가격 역시 골칫거리다. 타이어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천연고무 가격은 지난 2분기 기준 1653달러로, 작년 2분기보다 49% 넘게 올랐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적·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내부의 불안정도 한국타이어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6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000240) 회장은 당시 한국테크놀로지 그룹(현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 전량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에게 넘겼다. 이에 지분 42.9%를 갖게 된 조현범 사장은 한국앤컴퍼니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법원에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 원만한 승계에 제동이 걸렸다. 조희경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이 건강하지 못한 정신 상태로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을 매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법원은 앞서 국립정신겅간센터와 신촌세브란스병원·아주대병원을 지정했지만, 해당 병원들이 정신감정을 거절해 지난 9일 분당서울대병원을 새로운 진단 병원으로 지정했다. 병원의 진단 결과에 따라 기존 경영권 승계 결정이 바뀔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문제에 실적·대외 환경 문제까지 겹치면서 한국타이어의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노조와의 협의를 빨리 마쳐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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