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BC카드가 대내외 시장 환경 변화에 직격탄을 맞으며 생존기로에 섰다.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으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회원사 이탈까지 이어지며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모회사
KT(030200)의 금융계열사인 케이뱅크와 관련한 재무 부담이 상존하는 가운데 신용카드 프로세싱 대행 업무 중심의 영업력에 한계가 오면서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고 공언한 최원석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BC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737억원)보다 4.9% 증가한 수준으로, 나홀로 역성장을 기록했던 상반기(-31%)에 비해서는 개선된 실적이다. 다만 올해 3분기 롯데카드(132%)·하나카드(74%)·우리카드(63%)·국민카드(47%) 등 전 업계 카드사 순이익이 평균 32% 증가하며 큰 폭의 성장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이동면 전 사장이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1년 만에 경질됨에 따라 최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아직까지는 유의미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가장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결제망 사업이다. 그동안 신용카드 프로세싱 대행 업무를 주력하면서 확고한 시장지위를 구축했지만, 수익이 편중된 탓에 회원사 이탈 등이 나타날 경우 수익성 저하와 고객기반 축소가 불가피한 까닭이다. 실제 올해 3분기 BC카드의 매입업무 관련 수익은 2조3205억원으로 영업수익의 88.1%를 차지하고 있다. 매입업무 수익 비중은 작년 동기(87.1%)보다 더 늘었다. 반면 자체카드 수수료 수익은 59억53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0.2%에 불과했으며 서비스수수료 수익은 5.0%, 부가사업(2.0%), 회원서비스(1.6%), 금융수익(0.8%) 순으로 나타났다.
여타 신용카드사들은 할부금융, 카드론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데 반해 비씨카드의 수익기반은 매입, 위임서비스 등 회원사 관련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타 카드사에 비해 더 큰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올해 들어 전북은행이 KB국민카드와 손잡으면서 BC카드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가운데 우리카드 또한 독자 결제망 구축에 나서며 카드 결제망 대행 수익도 쪼그라들 전망이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BC카드 회원사 관련 영업이익 중 우리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상반기 기준)로 상당하다“면서 “우리카드가 독자가맹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비씨카드는 장기적으로 수익기반 축소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고객기반 이탈이 불가피하다”라고 진단했다.
사진/비씨카드
자산의 건전성도 다소 악화됐다. 특히 부실채권의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가 부과되는 손실위험도 가중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3분기 0.06%에서 올해 3분기 0.12%로 0.06%포인트 증가했으며 부실 대출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충당해 놓는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118.92%에서 152.7%로 뛰었다. 고정이하채권비율은 1년 전보다 0.08%포인트 상승한 0.15%를 기록했다.
케이뱅크에 대한 재무부담도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있던 KT를 대신해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데다 향후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용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BC카드는 케이뱅크에 자금 수혈을 하기 위해 작년 말 3500억원 규모의 마스터카드 지분을 매각했으며 기업공개와 관련한 미래 리스크도 안고 있다.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 Right)-콜옵션 조항으로 인해 케이뱅크의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BC카드에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재무적투자자들에게 합의한 조건의 수익률을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이다. 올해 3분기 BC카드의 파생상품거래 현황을 보면 약 1985억원이 부채로 잡혀있다.
한편 BC카드는 수익 다각화 전략을 지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 일환으로 최 대표는 취임 후 블랙핑크와 협업한 블랙핑크 카드를 시작으로 첫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인 '케이뱅크 심플카드'와 인플루언서 개인의 영향력을 활용한 '인디비주얼 카드', MZ세대 직장인을 겨냥한 '시발(始發)카드' 등을 선보이며 자체카드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마이데이터와 NFT 관련 사업 등 신사업과 관련한 시도도 지속할 방침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NFT플랫폼 등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자체카드 발급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