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변세영 기자] 국내 굴지의 패션 대기업으로 꼽히는 코오롱FnC가 수년간 실적 침체 터널에 머무르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이 한풀 꺾여 수익성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데다 MZ세대를 사로잡을 만한 이렇다 할 모멘텀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확장에 나선 코오롱FnC는 골프 부문을 향후 먹거리로 키우며 재건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FnC(Fashion n Culture)부문은 지난해 매출 8680억원, 영업손실 10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면서 의복부문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업은 크게 산업자재, 화학, 패션, 필름·전자재료 등으로 나뉘는데, 지난해 패션부문만 나 홀로 적자를 기록하며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2019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패션부분에서 산업재산권과 관련해 30억원 손상차손을 인식한 뒤 지난해 연이어 40억원을 계상했다. 손상차손은 시장가치 하락으로 유·무형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보다 적다고 판단해 손실로 처리하는 조치로, 브랜드 가치가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코오롱FnC는 과거 2013년 매출이 1조3147억원, 2014년에는 1조1249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률만 37%에 달했다. 다만 이후 실적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 2019년에는 매출 1조클럽에서도 빠지게 됐다. 코오롱FnC 최근 수익성 추이를 살펴보면 2107년 EBIT(이자및세전이익) 규모는 481억원에서→ 399억원→ 135억원→ 지난해에는 –107억원으로 적자를 보였다. 수익성 지표인 EBIT/매출액도 덩달아 4.4%→ 3.8%→ 1.4%→ -1.2%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실적 악화일로에는 아웃도어 침체가 뼈아픈 영향을 미쳤다. 코오롱FnC는 ‘코오롱스포츠’ 아웃도어 라인을 운영한다. 아웃도어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스포츠는 전성기 시절 5000억원 수준의 연매출을 올렸다. 코오롱FnC 부문 매출의 절반가량을 담당할 만큼 덩치가 컸던 셈이다. 다만 최근엔 아웃도어 매출이 2000억원 중후반까지 밀리며 과거 대비 반 토막 상태다. 국내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2014년 7조1600억원 정점에서 현재는 약 2조원대로 시장 규모가 삼 분의 일에도 못 미칠 만큼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아웃도어 이미지가 강했던 코오롱스포츠는 일상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이미지 전환을 이루지 못해 실적 하락을 막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오롱FnC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코오롱스포츠의 경우 지난 2019년에 아웃도어 본질로 돌아가는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하며 탈바꿈했다"면서 "최근엔 등산을 시작한 MZ세대를 겨냥한 엔트리 상품을 고민하다 아웃도어 기술을 집약해 ‘무브’라는 슈즈 브랜드를 내놔 지난해 90% 판매율을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 외 패션부문에서는 MZ세대를 이끌 만한 모멘텀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코오롱FnC는 올해 스페인 명품브랜드인 로에베와 판권계약을 종료한 바 있다. 로에베가 한국 직진출을 선택하면서다. MZ세대 사이에서 명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오롱FnC 경쟁력 하락 우려는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업계 라이벌인 삼성물산의 경우 톰브라운에서부터 소위 신명품으로 불리는 아미, 메종키츠네, 꼼데가르송 등을 전개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 코오롱FnC는 꾸준한 인기의 마크제이콥스와 드라마에 등장해 유명세를 얻은 액세서리 브랜드 쿠론 등을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화장품 브랜드 엠퀴리. 출처/코오롱FnC
화장품에도 손을 뻗었다. 이들은 올해 4월 화장품 브랜드 엠퀴리(M_CURIE)를 리론칭했다. 앞서 코오롱FnC는 엠퀴리를 론칭한 뒤 흥행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해 운영을 중단했는데, 올해 다시 선보인 것이다. 코오롱FnC는 중저가 라이크와이즈, 중고급 엠퀴리 투트랙 전략으로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다. 엠퀴리는 세렴 한병에 약 10만원 수준에 이르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다만 고가 화장품의 경우 이미 같은 업황을 전개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선두를 달리는 데다 최근
한섬(020000)까지 초고가 라인인 ‘오에라’를 선보이는 등 경쟁이 치열함에 따라 흥행 여부는 아직 물음표라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골프’다. 코오롱FnC는 잭니클라우스로 대표하는 고급라인에서부터 젊은 세대를 공략한 브랜드로 타깃을 세분화했다. 현재 골프 브랜드만 5개에 달한다. 특히 일명 ‘골린이’로 불리는 2030 골프족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골프전문편집숍 ‘더카트골프’에 이어 올해 3월에는 온라인 전용 골프 브랜드 ‘골든베어’를 론칭했다. 이는 모마일 구매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공략한 행보다. 온라인화 작업으로 코오롱 FnC 온라인 판매 비중은 2019년 20%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26%까지 올라섰다.
코오롱FnC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다양한 골프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고, 온라인쪽도 편집숍을 통해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라면서 "다양한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가 포진돼 향후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언급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