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코로나19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가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연 1.9%를 넘어서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기업어음(CP) 등 시장 상황에 맞는 자금 조달방식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기준금리 및 국고채10년 금리 변동 사항. 표/KB증권
김민수 KB증권 IB1본부 신디케이션부 이사는 20일 IB토마토가 ‘유동성이 사라진다…보릿고개 넘는 기업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2021 캐피탈마켓 포럼’에서 “지난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금리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면서 “조달환경 측면에서 시장 유동성은 부족하지 않지만, 금리 인상기에 진입하며 불확실성이 확대돼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으며,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와 중국 헝다그룹발 디폴트(지급불능),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 등이 겹쳐지면서 국채금리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실제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장중 연 1.908%를 돌파하며 2018년 12월5일(연 1.901%) 이후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 이후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가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지만 확대폭은 크지 않았고, 대체적으로 짧은 시기 내 안정화됐다”라면서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기 3~6주 이전에 크레딧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되면서 금리 민감도를 높였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금리 인상기에는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선제적인 발행을 진행한다”라며 “이번 금리 인상기에도 운영자금 조달 목적의 발행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채 발행시장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장기화 전망에 따라 기업들의 선제적 발행이 이어지며 순발행이 확대됐다”면서 “불확실성 확대로 크레딧 스프레드가 급등하며 응찰배수와 평균 낙찰 스프레드는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김민수 KB증권 신디케이션부 이사가 '유동성 축소시기 기업자금조달' 방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IB토마토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기업 조달방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실제 작년 3월 코로나 이슈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며 기업어음(CP) 발행량이 급증하기도 했으며, 상환전환우선주나 신종자본증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발행 등으로 조달방식이 다변화됐다.
김 이사는 “기업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연동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금리 인하 기조로 정책이 전환되기 전까지는 대출금리 상승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채권금리의 경우, 대부분 금리 인상기 첫 번째와 두 번째 인상 구간 사이에서 고점을 형성하기 때문에 대출 금리와 채권금리를 비교해 자금조달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최근 자금조달방안의 트렌드로는 ESG채권을 꼽았다. 그는 “국민연금의 경우 2022년까지 ESG자산을 전체 자산 가운데 50%로 확대할 계획을 밝히는 등 주요 투자기관의 ESG투자 확대로 녹색채권(Green Bond), 사회적채권(Social Bond),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등 ESG 채권발행과 투자기조가 활성화됐다”라고 설명했다.
KB증권에 따르면 국내 ESG채권 발행량은 2018년 1조3000억원에서 2019년 25조7000억원, 2020년 51조2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분기에는 43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김 이사는 “ESG채권은 투자자 풀(Pool)을 다변화하고, 발행사의 환경·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서도 “ESG채권 발행시 외부검토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공인인증기관의 인증·평가를 받아야 하는 등 기존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발행절차와 조건이 복잡하기 때문에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유동화증권 발행과 관련해서는 “차입 또는 회사채 발행과 비교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며 “발행사의 니즈와 유동화자산의 현금흐름, 신용보강 등에 따라 다양한 구조로 설계가 가능하다”라고 부연했다.
신종자본증권과 유상증자, IPO, 메자닌 등을 통한 자본 확충과 부동산을 활용해 현금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기업의 자금조달책으로 지목됐다. 김 이사는 “리츠로 상장할 경우 부동산 자산 유동화와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하고,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공모리츠에 현물 출자하는 경우 2022년까지 과세특례를 적용한다”면서 “발행사와 AMC(자산관리·업무위탁사)에게 제공되는 세제혜택 등에 따라 (리츠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의 경우 증시 호황 등 자본성 조달 여건이 마련됨과 동시에 자본성 조달 수요 확대로 유상증자, IPO 물량이 급증했다”라며 “향후 메자닌이나 자본성증권,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조달도 고려 가능하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연기금 등 투자자별로는 움직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는 “연기금의 경우 만기보유계정이 높아 금리 인상기에 크레딧물 투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산운용의 자산배분 전략은 글로벌 매크로 컨센서스에 영향을 받지만 평가손익 측면에서 금리 인상기에는 크레딧 순투자가 감소하고, 금리 인하기에는 증가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은 금리 인하기 금리연동형 상품의 약정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워 채권매도로 수익을 실현하는 경향이 높지만, 반대로 금리 인상기에는 장기채 매수에 대한 투자 니즈가 상대적으로 감소해 캐리 위주의 투자성향을 보인다”면서 “예대마진 영향이 큰 은행은 (금리 인상기에) 채권운용수익률 하락으로 채권투자에 소극적이나, 기업대출 익스포저 증가 목적의 회사채 순투자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