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 16년 만에 현대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 변경8000억 유증·현대제뉴인 1888억 출자···소액주주 "주주에 비용 전가"현대두산인프라 "자본잠식 해결 위해선 유증 꼭 필요"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현대’라는 이름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유상증자가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여전한 상황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현대두산인프라코어'(Hyundai Doosan Infracore Co,. Ltd.)로 사명을 변경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사명 변경은 지난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을 확정한 이후 16년 만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현대두산인프라) 측은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현대와 두산 브랜드를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사명 변경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사명 변경에 더해 조영철 현대제뉴인 사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 안건도 통과됐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유상증자 공시 발췌.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명 변경보다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현대두산인프라의 유상증자 발표다. 현대두산인프라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8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보통주 1억1510만주를 발행할 예정이며 주당 발행가는 6950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이다. 최대주주인 현대제뉴인은 이번 증자에 1888억원을 출자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대부분 채무 상환에 사용될 방침이다. 3050억원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 20%을 인수하는 데 쓰이며, 2000억원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세 납부에 들어가게 된다. 나머지 3000억원은 디지털 전환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두산인프라는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각각 오는 12월8일과 9일 청약을 시작한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12월28일이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모두 안건이 결의됐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현대제뉴인이 진행한 첫 통합 기업설명회(IR)에서 현대두산인프라가 무상감자와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개하자 다음 날인 26일 주가가 18.77% 급락했고, 소액주주들은 감자·유증 반대에 나섰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소액주주들은 현대제뉴인이 전(前)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유상증자로 주주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소액주주들은 이날 인천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공장 앞에 모여 유상증자 반대 시위를 열고, 앞으로 있을 현대제뉴인의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관련 경영 결정에 반대할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현대두산인프라 측은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상증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별도 기준 자본총계는 6338억원. 자본금은 1조2610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49.7%에 달한다.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으면 부분 자본잠식, 100%가 되면 완전 자본잠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유상증자와 무상감자는 재무적 측면에서 보면 합당한 결정일 수 있지만, ESG 기조가 강한 지금 소액주주의 의견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의 실적이나 재무구조 개선으로 유증 타당성을 증명할 수도 있겠지만, 주주와의 소통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