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건설, 시공능력 9계단 추락…새 CI·BI로 재도약 가능할까
‘동문 디 이스트’ 공개, ‘동문굿모닝힐’ 사용 이래 20여년만
올해 공사실적평가액 부진…순위 반등까지 시간 필요할 듯
공개 2021-09-03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1일 10:0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동문 디 이스트’가 적용된 단지 모습(사진 위)과 새롭게 개편된 동문건설의 CI 모습(사진 아래). 출처/동문건설
 
[IB토마토 전기룡 기자]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시평순위)가 아홉 계단 하락한 동문건설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새 주택 브랜드를 선보인데 이어 CI(Corporate Identity) 개편에도 나선 것이다. 다만 동문건설이 공사실적평가액의 부진으로 시평순위가 하락했고 공사실적평가액의 경우 3년간의 평균치가 적용된다는 점 등에서 떨어진 순위를 끌어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1일 특허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문건설은 이달 중순 CI 변경을 위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번 출원은 보험·재무·금융·부동산업을 뜻하는 36류와 건축물건설·수선·설치서비스업을 의미하는 37류 그리고 디자인·연구서비스·소프트웨어디자인·소프트웨어개발업에 해당하는 42류 등 세 가지로 이뤄졌다.

 

바뀐 CI에는 살기 좋은 땅은 가장 동남쪽에 위치한 채광 좋은 필지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를 위해 동문건설은 CI를 구성하고 있는 3개의 사각형 가운데 동남쪽에 위치한 사각형에만 서체와 동일한 남색을 적용했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동문건설의 오랜 철학과 맥락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문건설이 변화를 준 것은 비단 CI에 그치지 않는다. 동문건설은 이달 초 주택 브랜드인 동문 디 이스트를 새롭게 선보인 바 있다. 기존 주력 브랜드였던 동문굿모닝힐을 사용한 이래 20여년 만이다. ‘동문 디 이스트는 경기 파주 문산에 들어서는 지하 2~지상 29, 15개동, 1503가구 규모의 파주 문산역 디 이스트에 첫 적용된다.

 

동문건설은 지역 특색과 신규 사업 특성을 고려해 동문 디 이스트동문굿모닝힐’, ‘맘시티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동문굿모닝힐의 경우 정비사업이나 가구수가 적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활용된다. ‘맘시티BI보다 PI(Project Identity)에 가까운 성격을 지녔기에 단지 특성에 따라 적용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문건설이 대대적인 변화에 나선 까닭은 시평순위가 78위에서 87위로 떨어진 영향이 크다. 시공능력평가액은 △공사실적평가액 △경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인도평가액 등 네 가지 항목을 더해 산출되며 입찰 기준에 적용된다. 동문건설의 경우 경영평가액(1079억원)이 전년 대비 36.0% 증가했지만, 공사실적평가액(3194억원)이 같은 기간 26.9% 감소하면서 순위 하락으로 이어졌다.

 

경영평가액은 실질자본금*경영평점*0.8’이라는 산식을 통해 산출된다. 여기서 경영평점은 차입금의존도와 이자보상비율, 자기자본비율, 매출순이익률, 총자본회전율을 모두 더한 후 5로 나눈 값이다. 열거된 항목들을 살펴보면 경영평가액이 건설사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문건설의 경영평가액이 개선된 데는 2019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영향이 컸다. 실제 동문건설은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경영평가액이 0원에 불과했다. 2017년 말 기준 419억원 수준의 결손금이 발생하면서 경영평가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영향이다. 일반적으로 경영평가액이 0 미만일 경우에는 0원으로 산정한다.

 

이후에는 다시금 이익잉여금이 발생해 △2018687억원 △2019793억원 △20201079억원 등 경영평가액이 매년 늘어났다. 특히 올해 경영평가액이 증가한 데는 영업이익(395억원)이 전년 대비 714.0% 급증한 게 주효했다. 이로 인해 경영평점의 지표 중 하나인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41.4%에서 423.7%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면 공사실적평가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해 한때 59.5수준까지 하락하면서 7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CBSI는 대한건설협회 소속 건설사의 체감 경기를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건설사가 낙관적으로 보는 건설사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동문건설은 2021년도 시평에서 1471억원수준의 공사실적평가액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000억원 이상의 공사실적평가액을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올해 CBSI80선으로 시작해 5월부터 6월까지 기준선(100)을 웃돈데 이어 지난달 기준 90대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개선된 공사실적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시평순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사실적평가액이 최근 3년간의 연차별 공사실적에 대한 가중평균에 0.7을 곱해 산출돼서다. 이번 시평에서 기록한 부진한 공사실적평가액이 향후 몇 년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실적평가액을 산정할 때는 직전년 실적의 120%, 2년전 실적의 100%, 3년전 실적의 80%를 더하는 방식이 적용된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겠지만 직전연도에 공사실적이 부진했다면 수년에 걸쳐 공사실적평가액과 시공능력평가액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기존 현장(파주·수원·광양·평택·울산 등)뿐만 아니라 용인·오산 등에서도 사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번 신규 브랜드를 통해 그간 수도권에 집중했던 모습에서 나아가 전국구에서 수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9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는 실적도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공능력평가 제도는 통상적으로 관급공사 입찰 시 참가 업체를 평가하는 근거로 활용돼 왔다. 현재도 공사 규모에 따라 특정 등급(1~7등급) 이상 업체만 입찰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달청의 유자격자명부제, 시평액 상위 3% 이내 대기업이 시평액 1% 미만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도급하한제 등의 기준으로 쓰이고 있어 수주 경쟁이 치열한 요즘 시공사 순위는 건설사 브랜드의 몸값을 결정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전기룡 기자 jkr3926@etomato.com
 
관련 종목
관련 기사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