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거래대금 증가로 저마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시현했지만 투자은행(IB)부문에서는 명암이 갈렸다. 전통IB영역인 주식발행시장(ECM)의 경우 기업공개(IPO)와 유가증권 인수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홀세일과 파생·채권 부문 수익은 저조한 까닭이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영업수익이 줄어든 반면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의 성장은 두드러졌다.
상반기 IB부문 수익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전체 IB부문 수익은 3060억원으로, 전년대비 76.8%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매수·합병 관련 수수료 수익이 1928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으며 인수·주선과 채무보증 부문은 각각 555억원, 57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주관사로 참여한데다
한화솔루션(009830)(1조3000억원)·
포스코케미칼(003670)(1조3000억원)·
대한항공(003490)(3조3000억원) 등 대형 공모 증자딜을 진행한 점이 호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다만 분기별 수익을 보면 2분기 IB수수료 수익이 1519억원으로 1분기(1743억원)에 견줘 12.9% 감소했으며 기업여신관련 이자수익은 117억원에서 92억원으로 줄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기업금융 부문 당기손익(세전)은 작년 상반기 1557억2213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5885억7424만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
성장률이 가장 큰 증권사는 대신증권이다. 대신증권의 상반기 IB부문 수익은 634억원으로 1년 전(301억원)에 견줘 110.9% 급증했다. 올해 2분기 IB부문 순영업수익은 409억원으로 전년(147억원)대비 178.2% 증가했다.
인수·주선부문에서는 KB증권이 가장 많은 수익을 챙겼다. KB증권의 인수·주선부문 수수료 수익은 676억원으로 전년(415억원) 대비 62.7% 뛰었다. 같은 기간 매수·합병수수료와 채무보증관련 수수료 수익은 각각 29%, 10% 증가한 738억원, 208억원으로 나타났다. 기업금융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17억원(30.9%) 점프한 1344억을 기록했으며, 영업수익(3118억원)과 순손익(1495억원)은 1년 새 10%, 32.5% 늘었다.
기업대출에 대한 지급보증, 어음 약정 매입 등을 조건으로 수수료를 받는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 수익은 메리츠증권이 가장 많았다.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 관련 수익은 지난해 2분기 1320억원에서 올해 2분기 1494억원으로 뛰었다. 상반기 기업금융 부문은 순영업수익은 356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증권사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 제한 등 건전성 관리 방안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마곡 MICE 복합단지 개발사업 등 수익성이 기업금융 딜(Deal)을 진행한 점이 주효했다.
표/금융감독원 반기보고서 재가공
반면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828억원으로 전년 반기(730억원)와 비교해 13.5% 증가했지만 전체 IB실적은 고꾸라졌다.
미래에셋증권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부문별 운영이익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이 작년 상반기 201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912억원으로 5.26% 줄었고 영업수익은 3866억원으로 23.99% 쪼그라들었다. 반기순이익은 1424억3800만원으로 0.45% 성장한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잡코리아 인수금융(9207억원)·완주 테크노밸리 제2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PF(2300억원)·쓱닷컴 소수지분 인수금융(1975억원) 등의 딜과
엔비티(236810)·
씨앤투스성진(35270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 총 12개 기업의 상장을 도맡으며 주관건수와 인수수익 1위에 올랐지만, 기업여신 잔고가 줄어든 가운데 파생·채권 부문까지 부진한 점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올해 2분기 별도기준 기업여신잔고는 2조원으로 1년 새 4.7% 감소했다. 자기자본 1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IB부문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열위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PF·자문·WM 등 대부분의 부문에서 수익이 났는데 파생, 채권과 같은 운용손익 부문이 소폭 감소했다”면서 “지난해 코로나19로 시장 변동성이 컸던 영향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M&A자문과 증자·ABS·CB발행, SOC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통한 GIB그룹의 영업수익은 1281억3500만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5.3% 감소했으며 누적 당기순이익은 454억6000만원으로 8.9% 떨어졌다. 전체 영업실적에서 차지하는 순익 비중은 26%에서 16%로 내려갔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GIB그룹은 그룹 협업모델인 GIB체계를 기반으로 DCM, EDM 커버리지 등 각 부문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사진/백아란기자
한편 지오영리파이낸싱과 금호리조트 매각자문을 비롯해 1000억원 규모의 엔에이치기업 인수목적 19호와 하이브 유상증자 등의 딜을 수행한 NH투자증권은 상반기 1670억원의 IB수수료를 얻었고 4738억원의 영업수익을 시현했다. 영업이익은 17.5% 뛴 1979억원으로 나왔다.
이밖에 삼성증권의 IB부문 순이익(법인세비용 차감 전)은 1215억원으로 26% 뛰었다. ECM부문은 전년대비 7배 증가한 173억원을 기록했으며 DCM과 M&A 부문은 각각 39.7%, 123.0% 오른 56억원, 51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조화금융 부문은 37.5% 상승한 915억원으로 나왔다. 하나금융투자의 상반기 IB부문 영업이익은 2186억으로 1년 전에 견줘 336억원(18%) 증가했으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변신을 앞둔 키움증권은 23.5% 뛴 717억9527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
한국금융지주(071050)와 미래·NH·삼성·키움증권 등은 꾸준한 부동산PF와 IPO 호조로 인해 IB(투자은행)관련 이익이 견조했다”면서 “전분기 높은 위탁매매수익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은 감소했지만, 경상적으로 위탁매매와 IB·자산운용(Trading)에서 견조한 이익을 시현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여전히 높은 고객예탁금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실적도 양호한 수준이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