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캐피탈이 여신성 자산 대비 부동산PF를 크게 늘리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캐피탈 홈페이지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한국투자캐피탈이 여신성자산 대비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크게 늘리면서 건전성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캐피탈사를 비롯한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에 부동산PF 관련 한도를 부여했지만, 이에 다다라서다.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부동산PF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쏠려있는 한국투자캐피탈은 잠재적인 사업 변동성이 확대될 뿐 아니라 위기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PF는 사업성과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이다. 시공사 입장에서 부동산PF는 ▲부동산 ▲상가 ▲빌딩 ▲아파트 개발 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의존도가 높으므로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며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사의 건전성이 흔들린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을 개정하는 등 부동산PF 대출·채무보증(우발채무)에 대한 건전성 관리를 강화했다. 당시 금융위는 여전사의 부동산PF 대출은 여신성자산(대출금, 리스자산, 카드 신용판매 등)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나 부동산PF 채무보증에 대해서는 별도의 한도가 없는 상황이라며 부동산PF 대출·채무보증의 합계액을 여신성자산의 30% 이내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캐피탈의 부동산PF 대출은 1조1900억원으로 여신성자산 4조3000억원 중에서 27.7%를 차지했다. 올 1분기 각각 1조92억원, 4조435억원으로 25%를 나타낸 것을 고려하면 한 분기 만에 약 2.7%p 불어난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PF 채무보증까지 포함하면 해당 비중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올 1분기 한국투자캐피탈은 채무보증 777억원까지 합산하면 부동산PF 자산이 26.9%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캐피탈의 여신성자산 대비 부동산PF 대출·채무보증 비중은 지난 2017년 말 35.4%를 기록한 이후 2018년 말 40.1%까지 올라갔다. 2019년 말에는 36.8%, 지난해 말에는 29.3%로 산출되며 하락세를 보였지만,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셈이다. 한국투자캐피탈은 지난해 10월 부동산PF 대출·채무보증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1년 경과규정을 적용받았고 오는 10월까지 관리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여기에 신용평가사들은 한국투자캐피탈의 사업포트폴리오가 신용집중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신용평가는 올 1분기 한국투자캐피탈의 영업자산은 부동산PF 대출, 부동산담보대출, 중도금대출 등 부동산 관련 여신이 90% 상당을 구성하고 있다며 사업포트폴리오가 부동산 경기와 상관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100억원 이상 거액여신 비중이 57% 상당을 차지하고 있어 신용집중위험에도 노출돼있다고 덧붙였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해 말 한국투자캐피탈의 영업자산 중 약 63%를 차지하는 일반기업대출·부동산PF 대출 자산의 차주당 평균 잔액은 약 169억원으로 캐피탈사 중 상당히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반기업대출과 부동산PF 대출 자산의 양호한 평균 담보인정비율(LTV) 등은 긍정적이지만, 여신집중도를 고려할 때 사업위험의 변동성이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보탰다.
그동안 한국투자캐피탈은 소매금융(리테일)에 뛰어드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오우택 한국투자캐피탈 대표이사도 부동산금융이 중심이 된 기업금융(IB)에 집중하던 전략을 수정하겠다고 언급했고 사업 다각화 일환으로 지난 2017년과 2018년 각각 중도금대출, 할부금융 취급을 개시했다. 그러나 올 1분기 기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달하는 등 기업금융을 주축으로 한 사업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올 상반기 한국투자캐피탈은 리테일중도금 자산이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 2018년 4000억원에서 2019년 8200억원, 지난해 1조4200억원으로 불어났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조3000억원으로 1200억원가량 쪼그라들었다. 일부에선 한국투자캐피탈이 소매금융에도 손을 뻗치면서 건전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위험이 큰 부동산금융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투자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관련 자산은 일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라며 “여신 의사결정 시 이를 활용하고 있고 지금보다 좀 더 여유롭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연초 정관 개정을 통해 사업목적에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업무집행사원’을 추가하는 등 투자금융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모집합투자기구는 사모펀드(PEF)를 의미한다. 자본시장법에는 집합투자증권을 사모로만 발행하는 집합투자기구로서 투자자 총수를 49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업무집행사원은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책임자다. 즉 한국투자캐피탈은 앞으로 사모펀드 운용 업무도 영위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캐피탈은 5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전년 동기 611억원 대비 12.3% 감소한 수치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1295억원, 1123억원으로 15.3%, 영업이익은 735억원, 651억원으로 12.9% 증가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