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
쌍용차(003620))의 인수전이 당초 예상과 달리 후끈 달아오르며 이번 인수전을 끝까지 완주할 기업이 어디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는 전기차 시장에서 시너지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인수자금 확보에 나서며 인수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인수 기업들이 쌍용차를 실제 회생시켜 정상 괘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인수·합병(M&A) 후 운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쌍용차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총 9개 기업이다. 이 가운데 SM그룹, 에디슨모터스, 퓨처모터스 컨소시엄, 케이에스 프로젝트 컨소시엄 등 4곳이 예비실사를 위한 정보이용료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HAAH오토모티브의 새 법인인 카디널 원 모터스도 조만간 납부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출처/뉴시스
EY한영은 이달 27일까지 인수의향자의 쌍용차에 대한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다음달에 인수제안서를 접수 받는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10월 말까지 본실사와 가격 협상을 거쳐 투자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쌍용차의 공익 채권만 약 3900억원으로 향후 쌍용차를 회생시키기 위한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 필요한 인수금액은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M&A의 첫 과제로 이 금액을 충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때문에 실제 쌍용차 인수전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기업으로는 재계 순위 38위인 SM그룹과 최근 자금조달에 성공한 에디슨모터스가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SM그룹은 올해 기준 자산규모 10조4500억원을 보유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포함돼 있다. 또한 제조, 건설, 해운, 미디어·서비스, 레저 부문 등 약 58개 계열사를 통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5조원과 2000억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가 아니어서 모든 계열사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SM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에스엠상선의 매출은 1조328억원, 영업이익 1406억원을 기록했고, 삼라는 매출 3086억원, 영업이익 1230억원을, 우방은 매출 4017억원, 영업이익 703억원을 올리는 등 자금조달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SM그룹은 최근 골프장 옥스필드CC를 매각하면서 수중에 1300억원도 확보했고, SM상선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 일부를 쌍용차 인수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SM상선의 예상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으로 평가해 신주 발행에 따른 금액으로 3500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오현 SM그룹 회장. 출처/SM그룹
SM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골프장 매각이나 SM상선 IPO 자금을 쌍용차 인수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잘 못 알려진 것”이라며 “이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기존에 추진하던 일정일 뿐이고, 쌍용차 인수 자금은 기존 보유 자금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SM그룹은 기존 자금력을 바탕으로 쌍용차를 인수하면 그룹 내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남선알미늄, 티케이(TK)케미칼, 벡셀 등과 함께 전기차 사업에 참여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 898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하는 등 자금 여력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최근 에디슨모터스가 자체적으로 4000억원 이상을 조달하고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와 KCGI 강성부펀드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400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 컨소시엄 구성 협약을 맺고 자금을 마련하면서 인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를 통해 에디슨모터스컨소시엄은 쌍용차 인수와 운영자금으로 약 8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방침이다. 또한 에디슨모터스는 국내 최초로 전기버스를 상용화해 지난해 서울시 점유율 1위에 올랐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자율주행 분야에 협업을 이끌어 내며 기술력과 인수 후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FI로 참여하게 된 강성부 KCGI 대표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전기차 수요가 워낙 좋아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데 에디슨모터스는 이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며 “마찬가지로 쌍용차는 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부분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전기차 시장에서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일명 라이트(Wright)의 법칙처럼 자동차 산업은 누적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때마다 원가가 15%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전기차 시장은 이제 시작인 만큼 쌍용차의 기존 생산라인을 살려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의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출처/쌍용자동차
다만 일각에서 쌍용차 인수전이 이처럼 흥행하고 있는 이유를 놓고 쌍용차가 평택공장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했기 때문으로도 보고 있다. 앞서 쌍용차는 친환경차 중심의 사업전환을 위해 평택시와 평택공장 이전 및 신공장 건설을 위한 공동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건설 계열사를 다수 보유한 SM그룹이 평택공장에 대한 부지를 상업지구로 개발하기 위한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SM그룹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부인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이 평택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단순히 부지확보를 위해 인수한다면 회생절차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나 법원이 쌍용차를 살리기 위해 회생절차를 승인한 만큼 쌍용차 회생 전략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