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스톡옵션을 두고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출처/케이뱅크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생산성 제고를 노린 케이뱅크 앞에 가시밭길이 펼쳐지고 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대부분이 임원들에게 집중되면서 직원들의 뿔이 단단히 났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생산성은 여전히 열위하다. 실적 성장을 이끌었던 가상화폐 열기 또한 사그라들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전체 스톡옵션 300만주 가운데 58.3%에 해당하는 175만주를 임원에게 부여했다. 서호성 행장이 90만주, 임원 9명이 85만주를 가져가는 구조다. 이에 따라 나머지 125만주는 직원 311명이 약 4000주씩 나눠 갖게 됐다.
하지만 스톡옵션 배분을 두고 잡음이 일면서 생산성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케이뱅크 내부에선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직원들보다는 이제 막 합류한 임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다며 스톡옵션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서 행장을 비롯해 임원 5명은 임기를 시작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입사한 임원의 부여주식이 적기까지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케이뱅크 직원은 “임원들이 회사 방향, 전략에는 관심이 없고 스톡옵션, 인센티브에만 관심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케이뱅크 직원은 “임원들이 제시하는 업무 방향이 일관적이지 않다”라며 “직군별 급여 편차도 매우 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케이뱅크의 행보는 여타 인터넷전문은행과도 상반된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대거 부여하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9년 임직원 144명에게 스톡옵션 510만주를 부여했고 평균 2만주를 가져갔다. 내달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도 지난달 초 입사 1년 차 임직원 30명에게 스톡옵션 68만주를 나눠줬고 임원을 제외한 직원 28명에게 2만주씩 돌아갔다.
올해 1분기 케이뱅크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1068만원으로 산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45만원과 비교해 적자 폭을 5분의 1로 줄였지만, 여전히 음수를 나타낸 것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동기간 7535만원, 3758만원으로 생산성을 두 배 끌어 올렸다. 올해 1분기 케이뱅크의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은 –39억원, 직원 수는 365명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는 각각 697억원, 925명을 나타냈다.
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을 전체 직원 수로 나눠 산출하며 생산성이 높을수록 영업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한다.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산한 순영업수익에 판매관리비를 뺀 값으로 순수 영업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케이뱅크는 낮은 생산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케이뱅크가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순익이 미미해서다. 케이뱅크는 전분기 –123억원의 순익을 시현했으며 이를 고려하면 상반기 누적 순익은 –84억원이다. 다만 전년 동기 –449억원과 비교해 순손실을 81.29%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케이뱅크는 가상화폐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노란불이 켜졌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하면서 수신잔고 확대 효과를 거뒀고 고객 유입으로 이어졌지만, 최근 흐름이 그렇지 못해서다. 지난달 케이뱅크의 수신잔고는 10조6200억원으로 전월 11조2900억원 대비 6700억원 쪼그라들었다. 지난 5월 12조9600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었지만, 감소세가 뚜렷한 것이다.
업비트는 국내 1위 거래 규모 가상화폐 거래소로 케이뱅크를 통해서만 거래 실명 계좌를 발급했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케이뱅크는 400만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고객 수는 61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배 불어났다. 하지만 지난달 말 고객 수는 628만명에 그쳤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장 후 높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기록하기 위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최대한 많은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려고 했다”라며 “스톡옵션 외에 성과보상 체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수신잔고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에 일부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