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라임펀드 최대 80% 배상…실적 성장 제동 걸리나
지난해 당기순익 1704억원…라임 미상환잔액은 1839억원
여타 증권사 대비 실적 성장 미미…배상까지 발목 잡을 수도
공개 2021-08-09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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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의 실적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출처/대신증권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대신증권(003540)의 실적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권고한 라임펀드 손해배상비율이 순이익에 부담이 될 정도로 책정돼서다. 여타 금융사보다 높은 배상비율이 도출된 만큼 평판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라임펀드는 라임자산운용이 설계한 사모펀드(PEF)로 지난 2019년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켰다. 대신증권의 라임펀드 판매액은 2480억원으로 분조위 심판대에 오른 금융사 중 판매액이 가장 많다. 이어 하나은행(871억원), BNK부산은행(527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분조위는 대신증권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배상비율을 최대한도 수준인 80%로 결정했다. 이는 라임펀드 판매사 중 최고 수준으로 여타 금융사보다 약 30%p 가산된 수치다. 앞서 KB증권은 60%, 우리·신한·하나은행은 55%, 기업·부산은행은 50%를 적용받았다.
 
불완전판매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 투자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 없이 판매한 것을 뜻한다. 대신증권은 반포WM(자산관리)센터장과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투자상품에 대한 거짓 설명자료를 만들고 금전적 이익을 취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로 인해 분조위는 대신증권의 기본 배상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올려잡았다. 사모펀드 분쟁조정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부당권유 금지 위반 행위가 법원 판결을 통해 포착된 것이 주효했다. 그간 기본 배상비율은 적합성 원칙·설명의무 위반만 포함됐다. 여기에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을 고려해 공통가산비율(30%)이 더해졌다.
 
문제는 대신증권이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상정된 안건뿐만 아니라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도 이번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증권에서 가입된 라임펀드 중 미상환된 금액은 1839억원(554좌)으로 향후 배상비율은 투자 권유 위반 행위 여부, 투자 경험, 가입 점포 등에 따라 개인은 40~80%, 법인은 30~80%로 조정된다. 하지만 대신증권이 최근 3년간 평균 12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규모다.
 
 
신용평가사들도 라임펀드 배상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재무·사업안정성 영향을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며 한국기업평가(034950)는 리테일부문 평판자본 훼손 가능성이 내재해 있어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배상금 발생 등 평판 저하에 따른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탰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 배상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모든 금융사가 금융당국의 권고를 수용해왔다”라며 “대신증권 입장에선 적은 금액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라임펀드를 판매하지 않은 여타 중대형 증권사들은 분기 순이익으로 2000억~3000억원을 시현하고 있지만, 대신증권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대신증권의 지난해 순익은 별도 기준 170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879억원 대비 93.9% 성장한 수치다. 그러나 라임펀드 미상환액 1839억원 중 80%를 배상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당기순익의 86.3%(1471억원)가 증발했다. 배상비율을 40%로 설정해도 43.2%(736억원)가 사라졌다.
 
아울러 올해 1분기 대신증권은 815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431억원 대비 89.1% 도약했지만, 같은 기간 대신증권과 함께 자산 규모가 14조원인 유안타증권(003470)은 1060억원, 48억원으로 2108%나 치솟았다. 올해 1분기 자산이 10조원대인 교보증권(030610)은 485억원, 한화투자증권(003530)은 484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대신증권을 상회했다.
 
다만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배상금이 순이익에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나 대신증권이 감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대신증권의 경우 주력 사업인 위탁매매부문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위탁매매 특성상 금리변동, 채권운용 현황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가시화되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1분기 대신증권의 위탁매매 순익은 1054억원으로 전년 동기 609억원 대비 73.1% 불어났다. 이유로는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높은 수준의 시장거래대금 유지, 해외주식거래 확대가 등이 꼽혔다. 대신증권은 최근 5년간 순영업수익에서 위탁매매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50.3%로 집계됐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분조위가 권고한 배상비율은 2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라며 “수용 여부는 이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배상비율이나 배상금이 얼마나 나올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라고 답했다.
 
한편, 라임펀드 투자자들은 법원이 대신증권의 부정거래를 인정한 만큼 100%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자는 물론 판매사가 분쟁조정을 거부할 경우 양측은 소송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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