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퍼즐 다 모은 LG전자…완성차 기업과 전쟁 시작되나
LG전자, 마그나·ZKW·알루토로 전기차 부품 라인업 완성
(주)LG-AI·LG이노텍-ADAS·LG엔솔-배터리까지···미래차 판 바꿀 수도
공개 2021-07-15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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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성훈 기자] LG전자(066570)와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의 합작법인 출범이 다가오면서 완성차업체들이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LG(003550)그룹이 전장·배터리·AI·소프트웨어(S/W) 등 미래차 제작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면서, 완성차업체의 새로운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공시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일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이로써 LG전자는 지난 2018년 인수한 자동차 조명 기업 ZKW, 룩소프트와 합작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업 ‘알루토’를 포함해 미래차 전장 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 LG전자는 퀄컴과 협력해 5G 커넥티드카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LG전자를 넘어 LG그룹 차원으로 시야를 넓히면 LG가 미래차 시장을 위해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보유 특허 수 2만4000여건으로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생산 능력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의 CATL,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등의 약진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지만, 모회사의 탄탄한 자금력과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자체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K-배터리 발전 전략 보고대회’에서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세계 1위를 공고히 하겠다”라며 “이를 위해 LG(LG에너지솔루션·LG화학(051910))는 향후 10년간 연구개발(R&D) 부문 9조7000억원을 포함해 총15조1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배터리 수주잔고는 현재 18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배터리R&D 및 생산기술 삼각허브 구축 △LG IBT 설립을 통한 배터리 전문 인력 육성 △소부장 업체 협력을 통한 밸류체인 강화 등 3대 핵심 과제를 추진해 수주잔고와 시장 점유율을 더욱 키우겠다는 것이 LG 측의 목표다.
 
미래차의 ‘이목구비(耳目口鼻)’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와 통신 모듈 등은 LG이노텍이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수익성 등 문제로 과감히 LED 사업을 포기한 LG이노텍은, 자율주행차 부품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난 5월에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핵심부품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전방 카메라’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TÜV라인란드로부터 ‘ISO 26262 기능안전제품(Automotive Functional Safety Product)’ 인증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ISO26262는 국제표준규격으로, TÜV라인란드가 자율주행 핵심부품 중 기능안전 인증을 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이노텍이 개발한 자율주행 차량용 라이다(왼)와 카메라 모듈/LG이노텍
  
LG이노텍은 자체적으로 배터리관리시스템(BMS)도 생산하고 있다. BMS는 배터리와 더불어 전기차에 반드시 필요한 부품으로, BMS를 고도화할 수록 차량의 연비와 안정성이 크게 향상된다. 지난 2018년, 자율주행차에 장착 가능한 LTE 기반 통신 모듈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것도 LG이노텍이다.
 
(주)LG 산하 LG AI연구원에서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인 AI 고도화 연구가 진행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약 12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초거대 AI를 공개할 예정이다. LG 측에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LG가 자율주행용 AI도 개발 중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실제로 LG전자는 자율주행 데이터 플랫폼 기업 인피닉과 협력 관계다.
 
LG전자가 애플카를 만들 것이라는 풍문이 계속 도는 것도, 이처럼 LG그룹이 미래차 생산을 위한 거의 모든 퍼즐 조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LG전자가 장기적으로 전기차 업계의 판을 흔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카와의 협력은 LG마그나에게는 완성차 사업에 뛰어드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전동화 전환을 따라잡지 못한 기존 업체에는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의 차세대 리튬 메탈 배터리/SK
 
IT업계 관계자는 "LG와 애플의 '애플카' 뿐만 아니라 삼성과 구글의 '구글카' 연합설까지 나오는 등 미래차의 중추 역할인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가진  IT·전자 기업들의 연합이 완성차 업체들의 새로운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IT기업이 스마트폰과 각종 운영체제 등 서비스를 통해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다는 점도 완성차 기업에는 위험요소다.
 
실제 완성차 업계에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대차(005380)는 차세대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투자에 나섰다. 지난 5일 현대차는 전고체 배터리의 일종인 ‘리튬 메탈 배터리’ 개발사인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 1억달러, 우리돈 약 114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단순 투자가 아닌 지분 투자 계약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당사 주도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배터리 전문업체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2030년께 본격적인 양산을 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자회사를 운영 중인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 3월 SES와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그룹 등이 미래차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완성차 기업에서도 ‘차 뼈대만 만들어 팔 수는 없다’는 위기의식이 생긴 것 같다”라며 “IT·배터리 기업에 미래차 사업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배터리 등의 내재화에 힘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도 LG 등 IT·배터리기업의 약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35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해 친환경 자동차 부품 개발 등 각종 그린 프로젝트에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을 넘어 '배터리 완전 내재화'를 꾀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자체 배터리 공장을 내년까지 짓겠다며 ‘내재화’를 선언했다. 올해 3월에는 폭스바겐이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밝혔다. 
 
LG 측은 여전히 완성차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LG가 완성차 브랜드를 낼 가능성은 적다”라면서도 “마그나가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고, LG그룹도 골조를 제외한 핵심 부품과 S/W를 거의 전부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어 OEM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판단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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