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키움증권(039490)이 44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결정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변신을 코앞에 뒀다. 자기자본을 3조원대로 키우면서 대형 증권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행에 대해 자본적정성 제고와 사업기반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보면서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이후 위험투자 규모가 증가하면 자본적정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업계 전문가들은 증자로 인해 지분가치 희석도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이규희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1실 선임연구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인한 자기자본 규모 확대로 신용공여 한도가 증가해 수익성이 제고되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면서 “신용융자 연계 영업을 통해 위탁매매 시장 지배력 역시 추가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키움증권 RCPS 자본성 평가 결과. 표/NICE신용평가
키움증권의 경우 최근 5년 평균 위탁매매·금융부문 손익 비중이 76.8%로 브로커리지 수익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향후 주가지수가 조정을 받아 시장거래대금이 정체 혹은 감소할 경우 수익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4400억원 규모의 RCPS 발행을 결의했다. 발행 규모는 올해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2조7288억원)의 16.1%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회계상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이 연구원은 “RCPS발행을 통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획득할 경우, 규제 완화와 투자여력 확대 등으로 투자은행(IB)부문 사업경쟁력이 강화돼 수익기반 다각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 200% 이내에서 기업 신용공여, 헤지펀드 신용공여가 가능하고 PBS·전담중개업무 허용·새로운 건전성 규제체계 적용 등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신용평가 관점에서 RCPS 발행액 가운데 80%에 해당되는 3520억원만 자기자본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며 “이번 RCPS 발행이 키움증권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형증권사 시장지위가 강화되고 업계 전반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키움증권의 증가된 자본을 활용한 IB부문 이익창출력 개선·사업 다각화 여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이후 위험투자 규모가 증가해 실질 자본적정성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고려해 IB영업 확대 과정에서 위험 인수 성향의 변화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사진/백아란기자
오지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또한 “자본확충에 따라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신청이 예상된다”면서 “경영전략에 따른 위험인수규모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변동될 수 있어, 위험투자 규모, 투자전략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이번 증자로 인한 주주 가치 희석 우려도 제기된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증시 격언처럼 이미 알려진 악재의 확정이 주가 바닥으로 작용했다”라며 증자로 인한 주주가치 희석 요인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구 연구원은 또 “올해 2분기 들어 일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29조3000억원으로 1분기(38조원)에 비해 23% 감소했다는 점에서 최근 증권주의 저조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 “2분기 실적 발표 시점까지 주가가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상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증자로 BPS(주당순자산)은 4.8% 증가하고 EPS(주당순이익)은 9.7%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면서도 “추가적인 레버리지 활용 기회 등을 감안하면 전술한 분석 대비 실질적인 주가와 수익성 희석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표주가는 4000억원 규모 RCPS의 잠재 오버행을 물량을 선반영한 BPS 희석을 가정해 기존 대비 5.3% 하향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