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대신증권(003540) 최대주주이자 오너3세인 양홍석 사장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준다는 명분이다. 다만 라임사태가 불거진 이후 대신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양 사장의 직제를 변경하는 등 경영일선에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책임경영에 되려 물음표가 달린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홍석 사장은 올 들어 27차례에 걸쳐 자사주 24만5187주를 장내 매수했다. 양 사장이 사들인 자사주 규모는 33억원(보통주 단순 평균기준)에 달한다. 대신증권 오너3세인 양 사장은 코로나19로 주가 변동성이 컸던 지난해부터 지분 확대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2019년 말 7.83%였던 지분율은 작년 말 9.08%로 1.25%포인트 올랐으며, 전일 금감원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공시된 지분율은 9.70%로 작년 3월말(8.83%) 대비 0.8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0.32%포인트 늘린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으로,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상여금 지급 차원에서 약 21억원 규모(19만730주)의 자기주식 처분을 결정하기도 했다. 양 사장은 자사주상여금으로 7만1168주를,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과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각각 3만7456주, 8116주를 받았다. 여기에 양 사장의 자녀로 추정되는 2011년생 양승주씨도 작년부터 증여 등을 통해 0.17%(8만7000주)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대신송촌문화재단과 양 사장의 친인척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4.81%다. 지분율은 지난해 3월 13.50%에서 1.3%포인트 가량 늘었지만, 주요 증권사 오너일가의 지분율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반면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 2004년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JF자산운용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준 바 있으며 2007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보통주 지분율 9.76%)과 SPARX ASSET(6.08%)이 주요주주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또 롯데그룹과 외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경영권 위협 우려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일환이라는 게 대신증권의 입장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사주를) 개인적으로 매입하다보니 회사차원에서 세부적인 목적 등을 파악하긴 어렵다”면서도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대신증권
그러나 양 사장이 잇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배력을 키우는 것과 달리 경영 최일선에서는 발을 빼는 모습이다. 특히 라임사태가 불거진 지난 2019년 이후 대신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직제를 변경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8년 말 대신증권 조직도를 보면 양 사장은 IB사업단과 고객자산본부를 제외한 WM사업단과 리스크관리·경영지원·경영전략 등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대신증권은 2019년 1월 오익근 당시 부사장을 선임해 나재철 전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가 고객자산본부와 IB사업단, 준법지원부문 등 업무총괄을 맡고, 오 부사장이 나머지 부문을 맡는 방식으로 업무를 재분장했다.
작년 말 조직현황에서는 대표이사 아래 경영전략총괄과 세일즈앤트레이딩사업단, WM사업단, IB사업단이 자리하고 있으며, 양홍석 사장은 사내이사로서 경영위원회에서 그룹 경영상의 중요 의사결정 사항에 대한 내용을 심의·의결하는 역할만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1조60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라임펀드의 경우 양 사장이 WM부문 등을 총괄하던 2017년~2018년 판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라임사태와 관련해 개인투자자에게 691억원을 판매했으며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양 사장에 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의결, 심의 중이다.
대신증권 2018년 말 조직도. 표/금융감독원
만약 양 사장이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이나 금융권 취업이 3년 동안 제한된다. 현재 양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한편 시장에서는 고배당과 라임 사태와 관련한 자본적정성과 수익성 저하를 우려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규희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지사태 관련 배상과 과징금 발생, 평판자산 저하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있다”라며 “향후 소송리스크 등에 따른 사업기반 약화 가능성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대신증권이 피고로서 계류중인 소송사건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포함해 12건으로 소송가액은 127억6400만원이고, 원고로서 계류 중인 소송사건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포함한 4건으로 소송가액은 16억9400만원이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높은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 자회사 출자 등으로 자본축적은 정체된 반면, 위험확대가 지속되면서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됐다”면서 “지난 2017년말 581.5%에 달하던 수정 NCR은 작년말 351.5%로 저하됐고, 올해 1분기에도 배당과 자회사 추가 출자 등으로 영업용순자본이 감소하면서 자본적정성 저하가 신용도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