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메리츠증권(008560)이 올해 1분기 트레이딩과 리테일 부문 호조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물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해외부동산을 중심으로 늘어난 요주의이하자산이 발목을 잡으면서 우발채무 등 투자자산 부실에 대한 부담이 내재된 까닭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메리츠증권의 제2106-1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했다. 메리츠금융지주에 속한 국내 중대형 증권사로 차별화된 영업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상위권의 시장지위와 수익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메리츠증권 자산건전성 추이. 단위;억원,%. 표/NICE신용평가
올해 1분기 메리츠증권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06.8% 증가한 2117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증권의 분기 순익이 2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각각 2847억원과 2887억원으로 96.7%와 112.3% 올랐다.
순자본비율(NCR)은 1546%로 작년 3월 말 대비 642%포인트 개선됐다. 이와 함께 메리츠증권은 부동산금융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채무보증 규모를 작년 3월 말 기준 8조4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3조7000억원으로 감축했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자산 감축과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부동산 익스포저를 축소한 만큼 전반적인 위험수준을 관리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실물경기 회복 불확실성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전체 우발부채와 대출금 중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해외대체투자의 비중이 30%를 상회하고 있다”면서 “전체 요주의이하자산의 80% 이상이 해외부동산 등 해외대체투자로 구성돼 있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자산건전성 분류 대상 대출금 중 국내외 부동산 관련 대출은 감소했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해외대체투자의 비중이 많다는 점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리츠증권의 고정이하자산은 6059억원으로 고정이하자산비율은 4.3%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비율(요주의이하자산에서 대손충당금 등 제외)은 12.9%로 나왔다.
윤 연구원은 “지난 2019년 하반기 이후 고정이하자산이 늘어나고 있고 지난해 들어서는 해외부동산을 중심으로 늘어난 요주의이하자산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자산건전성 저하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올해 들어 기존 요주의분류자산 중 일부가 고정으로 분류되면서 3월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비율 저하 추세가 지속됐고,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메리츠증권
그는 “충당금 추가적립과 관련 자산의 매각 등을 통해 위험수준을 관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물경기 회복세에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점을 감안할 때 자산건전성 저하 추이와 이에 따른 재무안정성 변화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 역시 “위험익스포져를 적극적으로 감축하고 있으나 자본 대비 부담이 아직 상당하고,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인한 자산 손상 위험이 내재한다”면서 “위험익스포져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으로, 부동산경기 하락 시 유동성과 신용위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또 “주택·쇼핑몰·오피스·호텔·항공기 등으로 구성된 해외투자자산 역시 추가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부실위험자산이 증가하는 추세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배당 정책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지난달 메리츠증권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익의 10% 수준에서 배당을 유지하는 한편 자사주 매입·소객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축소라는 상충된 방안 발표 이후 메리츠증권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계획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고, 배당정책도 10%대의 배당은 지속하되 줄인 배당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이라며 “배당 정책 변화는 전략 방향성을 모호하게 만들었고, 주주환원 정책의 투명성을 훼손했다”라고 평가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배당성향 하락은 명확하게 제시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의 규모 와 시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주주 환원율 하락 우려와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