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원 지난달 직장 내 괴롭힘 겪다 극단적 선택책임 경영 강조한 네이버 ESG 행보와 동떨어진 사고‘소수’로 쏠린 지배구조 지적하기도…“권력 무게추 옮겨야”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편)경영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던
NAVER(035420)(네이버)가 속으로는 곪아가고 있다. 최근 네이버 직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다 숨진 사고가 발생하며 윤리경영에 무게를 뒀던 네이버의 그간 행보와 거리감 있는 민낯이 드러났다. ‘소수’에 집중된 회사 지배구조를 주도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 가운데, 회사 노동조합도 이런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이버 개발자이자 한 집안의 가장인 4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25일 거주 중인 아파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상사의 잇단 모욕과 부당한 업무지시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노조는 사건 원인으로 ‘회사 측의 무책임한 방조’를 꼽았다.
눈길은 끄는 건 네이버의 ‘무책임’과 ‘방조’다.
ESG 우등생으로 칭송받아온 네이버는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0년 기업지배구조평가’에서 지배구조(G) 부문 ‘A+’를 비롯, 종합적으로 A등급의 최상위 점수를 부여받았다. 더불어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고 채권을 발행하는 등 ESG 경영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ESG에서도, ‘기업윤리’ ‘윤리규범과 공정운영 정책’에 네이버는 방점을 찍었다. 네이버가 발간한 ESG 보고서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기업 윤리를 철저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라며 “중장기적인 성과를 고려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명시됐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이나 우월적 지위와 권한 남용, 고압적인 언행, 강제 노동을 엄격히 금지한다”라고 쓰였다. 사고 관련 네이버 측 조치는 가해자로 지목된 B씨와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대한 직무정지뿐이었다.
이사회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는데, 이곳은 네이버 사외이사 3명이 구성원으로 포진했다. 작년 10월 설치한 ESG위원회도 사내이사인 한성숙 대표와 함께, 리스크위원회 소속 사외이사 2명과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구성원으로 두며 비슷한 구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네이버를 두고 “IT기업 특성상 유연한 조직 문화를 표방하지만, 구조상 소수 인력이 핸들링하는 경향도 짙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ESG 성적표, 특히 고득점을 획득한 지배구조(G)에 대한 복기가 필요하단 목소리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네이버 직원수는 기간제 근로자(117명)를 포함해 총 4168명, 근속연수는 5.84년이다. 여기에 107명의 책임리더를 뒀다. 지지난해 1월부터 재직 중인 B씨도 이중 한명이다.
네이버 사업보고서를 종합해보면, 복수 책임리더는 네이버 계열사 ‘감사’ ‘사내이사’ ‘사외이사’ 직을 겸하고 있다. 대부분 1970년대생이다. 이들은 회사 미등기임원으로 분류돼, 연간 평균 2억원 이상 급여를 받고 있다.
최 COO도 유사하다. 최 COO는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네이버아이앤에스·네이버랩스 기타비상무이사 △네이버클라우드·웍스모바일 감사 등 사내 요직을 겸하고 있다. 네이버 중국·일본법인 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성숙 대표와 더불어 두 명의 회사 사내이사 중 한 명이다.
또,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서울대학교,
삼성에스디에스(018260) 출신이란 공통분모를 형성 중이다. B씨도 서울대를 졸업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데 대해 이 교집합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을 포함한 직원 14명은 지지난해 B씨와 관련해, 최 COO에게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변화는 없었다. B씨는 외려 책임리더로 승진했다. 한 직원이 올 초 사내 회의에서 이를 두고 책임리더 선임의 정당성에 대해 물었지만, 원론적인 피드백이 돌아왔다고 노조 관계자는 말했다. 이 회의엔 이해진 GIO와 한 대표가 참석했다.
<IB토마토> 취재 결과 최인혁 COO는 현재 조사에 임하고 있어, 사내 모든 업무에서 손을 뗀 상태다.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사건 정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그간 힘을 실었던 ESG 경영은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업지배구조 연구에 정통한 전문가는 <IB토마토>에 “기업이 적합한 사내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구축하는 건 조직 문화 효율성 제고 차원에선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특한 지배구조는 곧 폐쇄적인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라며 “구성원의 올바른 인식과 태도가 곁들여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배구조(G)와 사회(S)가 유기성을 띄어야 올바른 ESG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단 얘기다.
그동안 ESG 경영 움직임을 두고, 현재 회사의 자성(自省)이 필요하다고 네이버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네이버가 발 빠르게 대처해온 ESG 경영은 이번 사고를 통해, 근로자를 위한 윤리경영보다 외형 확장을 위한 ‘헷지(Hedge)’에 그친 것으로 판명됐다”라고 말했다.
소수의 막대한 영향력도 짚어볼 부분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IT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로 꼽히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가 아직 공석이란 점은 네이버 인사 체계의 문제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며 “소수 경영진과 책임리더에게 편중된 인사 평가권 등 권한의 무게 추를 옮겨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영진과 책임리더에 밉보이게 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부하 직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라며 경영진 선호에 따라 평가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사고 관련 회사는 외부 업체를 통해 진상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한다”라며 “노조원들을 비롯, 내부 직원들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니겠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